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봐오면서 정작 곽부성의 영화를 봐본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홍콩 4대천왕이라 불리던 그도 어느새 한국나이로 45세이다. 그런데도 상당히 동안이고 잘 생긴 얼굴을 가진 그는 그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보다 이번 'C+탐정'에서의 어리버리 어수룩한 이미지가 더 맘에 들었다. 솔직히 팽 브라더스의 옥사이드 팽 천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살짝 기대를 가졌지만, 오히려 곽부성의 열연덕분에 영화가 더 살았던 작품이다.
'디 아이'때부터 꾸준히 귀신과 접점한 공포를 보여줬던 옥사이드 팽 천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러한 류의 공포를 선보였다. 원한, 귀신, 사연, 한국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익숙한 공포의 소재이기 때문에 큰 새로움은 없었다. 허나, 은근 무섭고 깜짝깜짝 놀래키는 장면을 잘 만들어내는 그였기에 이번 영화 역시 관객들은 공포영화로써 재밌게 본 것 같다. (사실 C+탐정이라는 제목때문에 스릴러가 클 것 같지만, 감독 이력답게 공포도 다소 강하다.)
'혜심'이라는 여자가 사라지면서 탐정 '아탐'에게 의뢰가 들어오는데, 그가 이 사건에 파고들수록 관련인물들은 죽어나간다. 기존 팽 브라더스의 공포물에 이야기적으로 좀 더 힘을 주면서, 스릴러를 보는 재미까지 가미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왠지 흥행에 힘입어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탄생한 것 같은 'C+탐정'은 이야기보다 캐릭터의 형성에 더 큰 노력을 들인 것 같다. 'A+'도 아니고, 'B+'도 아닌 굳이 'C+탐정'이라는 어감에서 이미 약간의 루저 느낌을 풍긴다. 우리가 아는 김전일 혹은 코난과 같은 엘리트탐정이 아닌 뭔가 조금 부족한 듯 보이고, 그래서 좀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탐정을 만들어 내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추리보다도 곽부성의 열연으로 만들어진 '아탐'이란 캐릭터에 더 빠져들게 된다.
까까머리,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 하지만 조금은 어리버리, 시체를 보고 깜짝 놀라는 겁많은 모습, 그러나 일을 할때만은 진지한 모습, 이전에 보지못했던 곽부성이라는 배우의 모습에서 이런 캐릭터를 꺼내놨다는 것도 신선했다. 아이같은 얼굴이지만 남자다운 모습,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듯한 인상. 앞으로 시리즈를 이어가는데 충분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됐다.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물이 계속되려면, 우선 주인공 캐릭터가 확실해야하고, 그 다음에는 매번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미되어야하는데, 그 점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 같다.
탐정이라는 흥미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의 선천적인 호기심과 추리심, 그리고 30년전 생사를 모르고 헤어진 부모를 찾기 위함이라는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오호라,, 나름 사연도 있다. 괜찮은 탐정캐릭터의 탄생이다. 2007년작인 이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제목도 업그레이드되서 'B+탐정','A+탐정'으로 나오지 않을까? (아, 2010년에 B+탐정이 나온다고 한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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