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멕키스 감독도 참 대단하다.
2004년 내놓은 폴라 익스프레스와 재작년 베오울프에 이어
세번 연속 애니메이션만 만들다니 이 양반 확실히 3D 기술에 확 잡힌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기술적으로 현재 할리우드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의 질을 자랑한다.
그 자신감은 캐릭터나 배경 디자인만 봐도 잘 드러난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이나 윤색된 이미지가 철저히 배제된
실제 사람과 최대한 유사하게 표현하려 노력한 모습이 역력한 캐릭터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가상 배우의 눈동자까지 생생하게 살려낸
컴퓨터 그래픽은 확실히 전작인 베오울프보다 월등한 진보임에 틀림없다.
또 몇 차례에 걸쳐 보여지는 주인공의 비행장면 같은
황홀한 카메라 워크역시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약간의 거부감(?)과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사실주의와 디테일을 강조할 거라면
도대체 왜? 실사 영화를 버리고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애니메이션만이 갖는 과장이나 연출력의 묘미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런 장르적 특성을 애써 무시하고 실사에 가까운 리얼리즘을 강조하는건
제작비도 천문학적이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되어 가격대비 효율이 낮은 상품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가 2억달러 (한화로 2000억원이 넘는 돈이다.)를
퍼부어 가며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수 있는것은
소위 말하는 가진자의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기술력은 이렇게 놀라움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도 동시에 던져주었다.
애니메이션이 자신의 장점을 집어던지고 실사를 흉내내려 할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장점과 단점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본영화 되시겠다.
사족 : 크리스마스 라는 주제에 비해 다소 어둡게 연출되었다.
고로 가족들과 손잡고 부담없이 관람하기엔 좀 부적절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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