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을 보기 전에 관객은 반드시 [친구]의 잔상을 걷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곽경택 감독의 이름도, 유오성의 묵직한 존재감도 그저 백지상태로 만들어 다시금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요. 실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기인한 조심스러움과 가능한한 과장하지 않고 뽑아낸 리얼리티는, 본작이 [친구]와는 전혀 다른 영화임을 분명하게 가르쳐주는 일종의 표식입니다. 본작은 자극적 묘사가 거의 없는듯 여겨집니다. 유머 역시 최대한으로 자제했지요. [챔피언]은 건조하게까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일생을 조명한 [챔피언]은 드라마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합니다. 수시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과거회상 씬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빈도 수가 잦습니다. 아내와의 로맨스에도 상당한 시간이 주어졌지요. 이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스포츠에서 연습이라는 과정은, 보는 이에게 있어서 참으로 지리하기 짝이 없는 과정입니다. 끝이 없을듯한 반복의 시간이 있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할수 없는 스포츠의 진실성 때문이지요. 스크린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응당,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땀을 흘려버려 탈진하고야마는, 스포츠를 담아낸 영화가 이토록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런지도요.
곽경택 감독의 강점은 디테일에 있나봅니다. 버스 시퀀스는 시사회 당시, 폭발적 반응을 얻어냈지요. [친구]의 강렬함은 없지만 수작을 완성했습니다. 유오성의 연기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테고, 조연들 또한 최고의 연기로 뒷받침합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홍경표 촬영감독의 솜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