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가슴을 울리는 판타지 멜로...★★★
여고생 미호(카호)는 엄마가 어떤 아저씨를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계단 아래로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그 휴대폰은 월력의 작용으로 시공간을 뛰어 넘어 100년 전으로 날아가 소설가를 지망하고 있는 토키지로(사노 카즈마)의 손에 들어간다. 100년 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이 둘은 통화를 통해 각자의 고민을 얘기하며, 서로에 대해 점점 호감을 가지게 된다.
최근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 멜로와 헐리웃의 조합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으며, 일본 영화와의 조합이 좀 더 낫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는 판타지 멜로에서 오밀조밀함, 세밀함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잘 담아내는 일본 영화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장시간 통화가 가능한 배터리에 대한 의문을 잠시 묻어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미래를 걷는 소녀>가 주는 영화적 재미는 꽤 괜찮은 편이다. 시간대를 달리하는 연인의 로맨스를 그린 다른 영화가 서로의 소통에 어느 정도의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미래를 걷는 소녀>는 100년 이라는 엄청난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즉자적이고, 직접적이다. 의사소통의 즉자성에도 불구하고 둘은 절대로 만날 수 없다는 설정의 차이에서 오는 묘한 안타까움도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을 향해 가면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묘사나 장치도 나름 잘 배치가 되어 있다고 보인다. 이를테면 토키지로가 미호에게 남긴 선물을 보관하고 있던 할머니가 과도하게 토키지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고백하자면 <미래를 걷는 소녀>를 보리라 마음먹게 된 것은 첫째,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카호를 보기 위함이고, 둘째, 이 영화의 제목이 왠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두 영화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러나 첫째 이유에서라면 <미래를 걷는 소녀>는 분명히 관람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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