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윈터바텀의 2008년작 '제노바'는 콜린 퍼스를 주인공으로, 이탈리아의 '제노바'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아내를 잃은 한 가족의 슬픔과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과 두 딸의 슬픔을 깊게 그리기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 '제노바'에서의 일상을 그려내면서 문득문득 보여지는 그들의 깊은 아픔을 그려내는데 많은 중점을 둔다. 그래서 그들의 슬픔은 더욱 깊게 느껴진다...
남편은 한 순간에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상황이 됐고, 엄마를 한 순간에 잃은 아이들에게는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 교환교수로써 이탈리아 '제노바'로 가게된 콜린퍼스는 새로운 환경이 아이들에게 슬픔을 잊게하는 괜찮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다같이 제노바로 간다. 그 곳에서의 생활은 정신이 없다. 이탈리아는 아름다운 문화재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이국인에게는 위험한 우범지대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문화재를 구경하고 해변에서 선탠하고... 얼핏 괜찮은 일상을 즐기는 듯 하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는 너무도 크다.
콜린퍼스는 교수일과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다. 큰 딸은 현지에서 새로운 남친을 사귀면서 노는데 정신이 없다. 막내딸은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그럭저럭 일상을 받아들이는듯 하지만 자신에게만 보이는 엄마의 영혼이 나타나고 사라질 때마다 울음을 참을 수 없다. 각자의 힘든 상황에서 그들은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가 가족으로써의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노바'라는 이국적인 공간은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들을 더 와해시키기도 한다. 이질적인 공간이 주는 낯설음과 그로 인한 이유모를 편안함.. 엄마의 영혼이 막내딸에게만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들 가족의 균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일상은 꾸역구역 힘겹게만 넘어간다.. 그러던 중, 결국 죽은 엄마를 통한 한 사고로 인해...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결국 살아서나 죽어서나 엄마라는 존재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제노바'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된 한 일상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영화 '제노바'는 전체적으로 보면 많이 밋밋한듯한 영화다. 아내의 죽음을 두고 이들 가족의 슬픔을 여느 영화들처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 감정을 가지고 관객을 울리려고하거나 하지않는다. 오히려 무관심한듯이 흘러만가는 일상과 그 슬픔을 살짝살짝 대비시켜 그 깊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치 우리가 현실에서 진정 누구를 잃었을 때처럼 말이다.. 현실은 흘러간다. 그 아픔은 나만이 안다. 그게 더 슬프게만 느껴진다...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그렇다. 그는 우리가 즐기는 장르영화의 감독이 아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지만, 평론가쪽에서는 꽤 관심을 받는 감독이다. 이 영화 '제노바'도 우리가 잘 아는 '콜린 퍼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보는 그런 장르영화가 아니다. '콜린퍼스'의 감성연기와 두 아역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크게 빛나게한다. 이 가을에 무관심한듯 깊은 슬픔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한번 봐둘만한 괜찮은 영화다. 깊은 슬픔의 정서를 가진 그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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