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싸이코입니다."
무대인사 자리에서 신현준씨의 인사말 중 한 대목입니다. 여배우인 강혜정씨는 신혼 여행중이라 감독과 신현준씨가 무대 인사를 다니시더군요. 물론 웃음을 주려고 한 말이라 맘 속에 두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니 그리 빈말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 이상자를 의미하는 나쁜 의미가 아닌 강한 실험정신과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는 욕심많은 감독의 의미로 싸이코같다는 표현...
이처럼 주연배우와 감독이 최선을 다해 홍보를 할 정도의 열성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개봉하는 영화와 경쟁하기 위한 <킬미>는 사실 힘에 부쳐 보입니다. 2년이 지난 늦깍기 개봉작이라는 이유와 배우들이 받고 있는 작은 오해와 사건들... <올드보이>에 처음 출연하여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성형때문에 모진 외면을 받고 발굴의 연기까지도 도마에 올라야 했던 비련의 여인 강혜정.
<은행나무 침대>의 멋진 장군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고 <맨발의 기봉이>에서처럼 소위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매니저와의 사건으로 인해 연기인생의 오점을 남긴 신현준. 이런 저평가를 받는 배우들의 주연과 늦깍기 개봉작이라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 <킬미>는 과연 오해를 불식시킬만한 영화일까요?
해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탁월한 유머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폭소를 주기도 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와 싸이코와 같은 주인공들의 인물 설정은 종잡을 수 없고,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은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 지 고민을 더하게 합니다.
살인으로 살아가는 살인 청부업자 현준(신현준)은 알 수 없는 두통과 고민을 거듭하며 괴로워합니다만 거듭된 살인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가 아닌 킬러로서의 혼란일 뿐입니다. 진영 (강혜정)이 죽으려는 이유가 밝혀지지만 참으로 어이없고 허탈하기만 하구요. 그래도 이 두사람은 어색하지만 그들만의 사랑을 시작합니다. 이때 쯤 충분히 연상되는 스토리...이전 <어쎄신>에서 본 내용처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결심하지만 신예 킬러가 등장하는 대립 구도가 나타납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흰 깃털을 본 관객이라면 <킬미>에서 은행잎이 공중에 떠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설정입니다.
맛깔스런 대사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분명 폭소를 던집니다. 변기 하나를 두고 구토를 해 대는 모습에는 보는 이들의 구토 욕구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조폭 영화처럼 간혹 폭력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나름 귀여운 행동이나 대사는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신예킬러와 은퇴를 앞둔 킬러간의 대결도 그리 나빠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이런 설정들의 대부분이 현실성이 없고 이야기 전개와 연출에서는 완성도를 높이며 관객들의 몰입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보인다는 것이 아쉬울 뿐... 그때 쯤 신현준씨의 무대 인사의 또 다른 말이 기억납니다.
자신은 만족한 영화라는....
몇가지 아쉬움에도 전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강혜정이나 신현준은 극중 배우들의 비이상적인 모습과 성격을 특유의 연기력으로 그나마 훌률히 살려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싸이코 감독은 자신의 의도대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과연 이 점을 어느 정도나 관객들이 이해해 주고 만족해 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들만이 만족하는 작품이되는가 아니면 관객들도 동참하느냐가 문제인데... 아쉽게도 많은 관객들이 동참할지는 의문이지만 많은 오해와 반대를 뒤로하고 용기있게 개봉한 <킬미>에 박수를 보내며 웃기는 점에서만큼은 정말 괜찮았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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