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디스트릭트 9>은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심오한 사상의 주제의식과 함께 멋있는 전투장면이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영상이 주는 차별성이 눈에 띄었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추한 외계인의 모습이 적잖이 낯설었지만 영화가 끝으로 향 할수록 인간보다 외계인을 더 응원하는 모습을 보는 아이러니함도 느꼈습니다.
처음 바커스의 모습을 보면 똑부러진 업무 능력의 소유자라기보다난 어리버리하고 덜렁대는 약간 덜 떨어진 듯한 남자였죠. 그러나 마음많은 착하고 악한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함이 느껴졌고 특히나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남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사고로 외계인처럼 변해가기 시작하면서 그는 외계인도 인간도 아닌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외계인의 무기를 노린 MNU의 추격과 그의 팔을 먹고 외계인처럼 되고 싶은 나이지리아의 갱단에 쫒기는 신세가 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내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순수한 남자...
장인어른을 비롯한 아내에게서조차 버림받아 절망해 도끼로 손을 잘라 더 이상의 변형을 막아보려는 노력도 허사가 된 그에게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외계인을 죽게 놔 두고 달아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최소한 인간답게 행동하고 판단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 들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의 나래이션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슬프게만 느껴집니다. '절대 남편이 보낸 것은 아니라는 ...' 그리고 다음 장면의 바커스의 모습은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돌아갈 수 없게된 인간의 모습을 갖고 사랑했던 그녀를 위한 이별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녀의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못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는 똑똑하고 잘나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사랑을 지키려 노력한 멋진 남자였습니다. 분명 3년 뒤 또 다른 바커스의 모습을 보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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