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모든 게 사실은 허풍인거야...★★★
<피쉬 스토리>의 스토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전설적인 펑크 밴드 Sex Pistols의 데뷔 1년 전, 일본의 무명 밴드인 ‘게키린’은 시대를 앞선 펑크곡으로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는다. 그룹의 리더는 오래 전 출간되자마자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전량 폐기된 ‘피쉬 스토리’란 책을 읽은 후 영감을 얻어 조금은 난해한 가사의 노래 ‘피쉬 스토리’를 완성해 녹음한다. 녹음 과정의 문제로 인해 약 1분간의 묵음이 들어간 ‘피쉬 스토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펑크 매니아들 사이에 전설적 명성을 얻게 된다. 시간은 흘러 1982년 세상을 구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소심한 대학생은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하게 되고, 2009년에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여객선에서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 승객을 구한다. 그 승객 중에는 천재적 두뇌의 한 소녀가 있다. 이제 2012년 혜성 충돌 5시간 전, 지구 멸망을 눈앞에 두고 도쿄의 한 레코드점에서는 게키린의 ‘피쉬 스토리’가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을 믿는 두 사내가 노래를 듣고 있다. 과연 어떻게 노래 ‘피쉬 스토리’가 지구를 멸망에서 구할 것인가?
노래가 인류를 구원한다니, 이 무슨 <20세기 소년>식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한 때 나 역시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적이 있긴 했지만, 이건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원한단다. 물론 <피쉬 스토리>엔 <20세기 소년>이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올 법한 영웅 따윈 등장하지 않는다. 이건 어쩌면 ‘나비효과’에 관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잘 빠진 데뷔작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높인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피쉬 스토리>는 전작과 동일한 원작자(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인 동시에 동일한 방식, 그러니깐 퍼즐을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1975년, 1982년, 1999년, 2009년, 2012년 등에 발생한 에피소드를 잘게 쪼개며 수시로 미래와 과거를 오간다. 특히 영화의 초중반부까지 여러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짧고 스피디하게 치고 나가는 바람에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기 힘들 정도로 아리송하며 혼란스럽다. 대체 이 에피소드와 저 에피소드가 어떻게 연결된단 말인가. 영화화가 힘들다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피쉬 스토리> 역시 별개로 보이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전체적인 그림 속의 퍼즐 한 조각임이 밝혀지며, 이를 목도하는 순간, 마치 한 편의 마술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피쉬 스토리>는 전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 비해 말이 많은 영화다.(<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도 말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스피디한 초중반부를 지나 중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영화는 여러 정황을 설명하느라 늘어진다. 특히 멤버들과 매니저가 노래의 힘-‘피쉬 스토리’가 지구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농담을 하는 장면은 미리 만들어 놓은 이야기를 억지로 밀어 넣은 듯한 거북함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좋은 음악은 결국 누군가에게로 가 닿는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음미할 만하며, ‘게키린’이 부른 ‘피쉬 스토리’도 상당한 중독성이 있다. 그러니깐 음악영화로서 최소한 기본은 한다는 얘기다. 한 곡의 노래만으로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노래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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