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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의 극단... 두 번 보고 싶지는 않다.. 고갈
ldk209 2009-09-07 오후 2:33:29 6871   [9]
불안함의 극단... 두 번 보고 싶지는 않다...★★★


거대한 굴뚝에서 쉴 새 없이 연기를 내뿜어 대는 공장지대. 이곳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 남자(박지환)는 5만원씩 받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여자(장리우)의 몸을 판다. 몸을 파는 대가로 여자는 남자로부터 소시지와 짬뽕국물을 얻는다. 낮에는 남자와 함께 매춘 전단지나 붙이며 소일하던 여자는 중국집 배달부(오근영)를 알게 되고, 남자 몰래 그녀 곁으로 떠난다.


우선 <고갈> 관람을 위해선 빨간색 X자와 친숙해져야 한다. 아마도 이 빨간색 X자 밑에 말로만 듣던 수간 포르노 장면이 숨겨져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충격적 장면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당초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았던 <고갈>은 문제가 된 장면을 감추는 것으로 나름 타협(?)하고 미성년자관람불가로 극장 상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들이(비타협영화집단 곡사) 자신들의 영화사 이름처럼 결코 타협한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웬만하면 ‘타협 좀 하지’란 생각이 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대단히 충격적이고 기괴한 영화는 ‘긍정적으로 보았든 부정적으로 보았든’ 두 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를 떠나 영화의 화면 자체가 대단히 거칠고 망점이 뭉개져 있다. 8mm로 촬영한 필름을 35mm로 블로우 업(blow up)했다고 하는데, 불안한 이미지의 극단을 표현하려한 것이라면 100%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그렇다. 사실상 별다른 스토리도 없고, 내러티브도 없는 이 영화가 주는 이미지는 불안함의 극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언어 대신 몸짓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든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공장의 굴뚝 등의 이미지는 소통이 단절된 현실과 자본주의적 그늘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기능한다. 덧붙여 의도적으로 뭉개버린 화면이 극단적 불안함의 상징이라면 상영 시간 내내 거칠게 들려오는 기계음 소리는 불안함의 증폭에 기여한다.


아마도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10개월 전에, 매우 폭력적으로 시작됐을 것이다. 남자가 “우리가 만난 지 이제 10개월째인가?”하자 여자는 극도의 공포와 광기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에 대해 확실한 지배권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여자는 탈출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매번 되풀이되는 탈출 시도는 그저 남자와 여자의 게임 내지는 장난처럼 보이는 수준이다. 두 남녀만으로 진행되던 영화에 중국집 배달부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관객 입장에선 혹시 이 배달부가 여자의 구원자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오히려 더 깊은 지옥이 기다릴 뿐이다. 약간은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던 (그러나 결코 안심할 수 없었던) 영화의 마지막 40분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지옥도를 보여준다.


가위로 스스로의 신체와 성기, 그리고 유두를 자르는 등의 자해 행위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고 눈이 감기는 끔찍한 경험을 선사하다. 화면을 끊임없이 장식하는 굴뚝은 자본주의의 상징임과 동시에 남성성에 대한 상징(성기)이다. 그렇다면 유두를 자르는 행위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유두는 쾌락의 전달 내지는 증폭 또는 통로로서 기능한다. 그렇다면 유두를 자르는 행위는 자본주의적-남성적으로 해석해도 무방하지만-쾌락, 술수에 더 이상 몸을 맡기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도 무방한 것인가? 대충 이 정도에서 영화가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 정도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영화는 타협을 거부하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희망? 구원? 그 까짓것 개나 줘버려!’

 


(총 2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2 11:09
kyi1978
ㄳ   
2009-11-05 18:21
kimjnim
수고했습니다   
2009-09-15 00:30
rupy3532
이런장르의 영화는 정말 좋아하지않습니다.
글을 굉장히 잘쓰시네요 쓰신글속에 서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2009-09-12 23:41
seok2199
잘 읽었어요   
2009-09-11 23:52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9-11 16:59
foralove
우리가 침묵하는 현실 만큼이나 역겹고 불편한 영화인가 봅니다. 왠지 보고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9-09 23:54
wjswoghd
인간의 잔혹함   
2009-09-09 19:26
sorigasuki
저도 그다지 보고싶단 생각은 안했었는데...리플 읽고나니 왠지 좀 궁금해 지세요..   
2009-09-09 15:31
verite1004
이런 장르는 저도...   
2009-09-09 01:34
tns5334
리뷰를 읽으니 대충 제목이 왜고갈인지 알것같네요..
극장에걸린 포스터를 보고 또한 제목을보고 이영화 심상치않음을 직감햇다는...   
2009-09-08 18:17
jhee65
화면부터가 심상치 않네요   
2009-09-08 11:48
boksh2
이거..화면이..ㅠㅠ   
2009-09-07 15:59
hooper
아..무서워요   
2009-09-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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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2008, Exhausted)
제작사 : 곡사 / 배급사 : 곡사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goksa_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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