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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레디]에 대한 반론 아 유 레디?
hades573 2002-07-07 오후 8:27:15 1924   [8]
  
화요일날 강변 CGV에서 했던 아유레디? 시사회에 다녀왔다.
홈페이지에 와보니 아유레디를 욕하는 많은 글들이 올라와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용가리에 비교하질 않나... 조폭마누라, 심지어는 납자루떼(ㅡㅡ;;)같은 조폭영화에 비교하질 않나.. 참으로 놀라운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무책임한 글들까지..

이런 평가들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조폭영화가 한참 활개를 칠때.. 여기저기서 나오던 자성론이나 위기론들과 비교해봐도 이런 평가는 분명 정당하지 않다.

우선 아유레디?는 홍보사에서도 밝히다시피 '환타지 어드벤처'이다.
이는 용가리나 스타워즈 에피소드 같은 SF(?)와도 확연히 구분되며,
납자루떼나 조폭마누라같은 조폭코미디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영화들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접하기 힘들었던 '환타지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접한 장르의 틀속에서 이 영화를 재단하려고 한다.
혹자는 코미디의 틀에서 이 영화를 비판하고, 혹자는 SF의 틀에서 이 영화를 비판하고, 혹자는 멜로의 틀에서, 혹자는 '할리웃 어드벤처'의 틀에서, 혹자는 '환타지'의 틀에서..
이런 비판들중 어느것도 '환타지 어드벤처'의 틀안에서 제대로 이 영화를 비판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이고..
그 장르적 독창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부분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 장르적 독창성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시도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흐뭇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고만고만한 조폭코미디류의 영화와 질질짜는 멜로영화의 틀 속에서 표류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적어도 아유레디?는 그런 한국영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 평가받아야 한다.
지레짐작으로 '인디아나 존스'처럼 가벼운 어드벤처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절대 예상하지 말것'이라는 카피의 의미를 생각은 해봤는지 모르겠다. CG나 비주얼에 대해 궁금해할때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한번이나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시놉시스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절대 이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류의 어드벤처가 아니겠구나라는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아유레디?를 마냥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유레디는 기존의 한국영화의 틀에 갖혀있지도.. 그렇다고 어설픈 할리웃 영화 베끼기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 시도가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느 신문에선가는 베끼기도 쉽지 않다..라고 평을 했는데. 그럼 한국영화는 베끼기를 목표로 삼아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라면.. 안전하게 할리웃 베끼기로 갔었다면 이들의 평이 과연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혹자는 시나리오상의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영화=시나리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나쁘면 좋은 영화가 나오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나쁜 영화로 나오기는 쉽다.
스토리 연결의 부자연스러움이나 영화적인 문맥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건 연출자의 해석과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은님 작가의 팬이기도 한 나로서는 '고은님 작가' 죽이기(?)에 나선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적어도.. 작가를 비난하려면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비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궁금한 사람은 고은님작가 카페에 올려져있는 아유레디 시나리오를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실망하는 이유는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어드벤처'라는 이 영화를 보려고 찾았다는 데에 있다. 철저하게 오락영화, 상업영화일 것으로, 즉 인디아나 존스같이 별 생각이나 고민을 하지 않아도 쉽게 감상하고 통쾌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기를 기대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홍보전략은 실패다. 차라리 이 영화가 그렇게 가벼운 영화가 아니며 기존의 할리웃 영화와는 차별화된 영화라는 것을 강조했어야 했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아유레디는 기억에 관한 영화다. 그것도 자기 가슴속에 묻어두고 피하고 싶은 아픈 기억에 대한 영화다. 그 상처와 맞닥뜨리고 이겨낸다는 주제의식은 어떤 할리웃 어드벤처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의미있는 주제의식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주제의식이 스토리에 제대로 용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객들이 비판할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다. 제대로 용해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야하는 것이다.

아유레디?는 분명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그렇지만 황당무계로 일관하는 영화도 아닐뿐더러 재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지루한 영화도 아니다.
적어도 아유레디는 지금처럼 영화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혹평을 들을 정도의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건전한 비판과 가능성을 동시에 지적하는 일이 한국영화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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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레디?(2002, R. U.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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