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죽음)을 갖고 있는 인물에 대한 것이다. 관객 들은 모두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절대 바뀔리가 없는 그 엔딩을 어떻게 표현해내는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고 김득구 선수 는 '알리'가 아니다. 스스로의 삶과 치열하게 싸우다 결국 링 위에서 쓰러져갔지만 그렇다고 금의환향한 국민적 영웅은 아니었으며 그의 삶 에서 그 '결말'을 제외하고는 그닥 '드라마'라고 부를만한 극적인 부 분 또한 없어 보인다.
<챔피언>의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영화 자체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김득구라는 인물이 '영화화'에 적합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바에 관객 에게 어필할만한 강한 존재감이 있냐의 문제말이다.
헤쳐나갈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우린 이미 많은 헐리우드 전기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포함한- 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때론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 변형하면서까지 그 인물의 업적만을 기린다. 하지만 한국최고의 '흥행감독 ' 곽경택은 굳이 그런 방식을 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종팔 등 동료 선수들과의 체육관에서의 에피소드나 그 밖의 연애담 등 하나하나가 모두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라고 보장 할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김득구선수를 위대한 인물로 추켜 세우려 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는 거다.
영화의 이런 분위기는 복싱 장면에까지 이어진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공들여 찍었다는 경기장면은 사실 기대마큼은 아니었다. 솔직히 싱거 웠다. 몇달전에 본 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는 챔피언이었을 지언정 링에서는 챔피언이지 못했던 모습을 가감없이 담아냈다는데 오히려 적절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챔피언>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한마디로 '매우 잘 만들어진 영화' 다. 특히 김득구에 대한 옛 신문기사들을 이용한 독특한 오프닝 크레 딧은 이제껏 본 어떤 한국영화 보다도 뛰어난 최고의 오프닝이었다. 그 밖에 세심하게 재현한 80년대 분위기나 유오성을 비롯한 여러 튀 지 않는 조연들까지 흠잡을데 하나 없지만 반면 '매우 재미있는 영화' 는 아니라고 본다. 이는 곽경택 감독이 전작 <친구>를 통해 '친구 팔 아 영화 만들었다'는 일부의 비난 때문에 김득구 선수를 그려내는데 있어 결코 '영화'로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효과를 끌어내려 억 지로 애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챔피언>은 <친구>에 비해 여러 층의 관객을 불러모을 만 한 확실한 '흥행코드'는 약해보인다. 일단 개봉성적은 매우 좋다는 소식이지만 몰아닥치기 시작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앞에서 작년 이 맘때의 <엽기적인 그녀>처럼 승승장구 할 수 있을지 좀 더 두고볼 일 이다. 어찌되었든 김득구 선수의 두 주먹 만큼이나 정직한 이 영화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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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님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흠..친구의 모습만 바라고 곽경택 감독의 영화는 외면하는거 같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