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돼지 저금통이 다 차면 돌아올거란 약속만을 남긴채 떠났습니다. 철없는 내 동생은 엄마 언제 오느냐며 물어 봅니다. 저금통을 다 채우고 하염없이 엄마를기다립니다. 하지만 이젠 알았습니다.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나무없는 산>은 날개가 꺽인 두 천사의 슬프지만 눈물대신 희망과 웃음 그리고 작은 감동을 주는 두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집을 나가 두딸과의 생계를 짊어지고 힘겨운 생활을 하는 엄마는 어느 날 집주인의 통보로 살던 집에서 쫒겨나 아이를 고모집에 맡기고 떠납니다. 저금통이 다 차면 돌아오겠다는 약속만을 남긴 채 ... 친구들과 놀고 싶고, 엄마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 나이이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가는 두 자매의 기다림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두 자매를 키우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자매를 고모에게 맡겨두게 된 엄마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처자식을 남겨두고 무책임하게 집을 나가버린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지키지도 못할 헛된 약속을 하고 떠난 뒤 연락도 없는 엄마는 두 아이의 인생에 큰 죄를 지은 죄인입니다. 자매는 저금통을 채우면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켜 빨리 엄마를 만나기 위해 매뚜기를 잡아 팔고, 먹고 싶은 것도 안먹으며 오로지 저금통에 동전만을 채웁니다. 그러나 아이에 믿음에 대한 댓가는 참혹합니다. 어른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무책임한 핑계로 받은 아이의 상처는 누가 어떻게 치료해 줄 수 있을까요?
자매는 엄마가 돌아올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돌무더기에 앙상한 나무가지 하나를 심었습니다. 따듯한 울타리가 되어 줄 가족이라는 공간이 없는 그녀들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매마른 돌무더기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마치 자매를 보는 듯 앙상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자매는 기약없고 희망없는 삶속에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삭막한 도시 속에서 살던 자매가 심은 나무 한 그루...
그러던 자매는 고모와도 헤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게 되지만 더 이상 나무를 심지 않습니다. 돼지 저금통에 저금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할머니에게 가득찬 저금통을 드립니다. 엄마를 위한 사랑을, 지금 자기들을 지켜주며 든든한 산이 되어주는 할머니를 위해 미련없이 드립니다. 그런 자매의 뒤에는 이제 나무로 가득찬 산이 저만치 보이네요.
보는 동안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해 화가 나고 자매가 안타까워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더군요. 그렇게 상처 받은 아이는 대부분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대물림하게 되는 경우를 빈번히 봅니다. 이것은 자식을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결혼해서 자식을 키우게 될 우리들이 많이 반성하고 명심해야 할 무언의 메세지입니다. 지금 내 자식이 저렇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불행은 알 수 없습니다. 우리에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는 광고 카피 그대로 '반드시 봐야 할 영화'였습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잃고 자신을 희생하며 조숙한 삶을 산 진(김희연)은 처음하는 연기이지만 어떤 연기자보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동생 빈(김성희)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수한 막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눈물과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매끄러운 연결이 될 수 있는 편집과 아직은 더 이야기해 줄 것이 많은 것 같은 상황에서의 결말이 좀 아쉽긴 합니다만 <나무없는 산>은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한 저력을 가진 알찬 영화입니다. <나무없는 산>을 보면서 다짐한 맹세를 부디 잊지 않게 해 주시기를 빌고 이 땅 어디에도 아이의 눈에 눈물이 보이지 않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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