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 제목 나무없는 산은 무척 문학적으로 다가왔다. 함축적인 의미가 듬뿍 담긴 시어 같달까...
하지만 영화는 문학적이기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 어딘가에선 생활고에 지치고 지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친척집으로, 아니면 보호 시설로 가고 있을 진이와 빈이가 있을 것만 같다.
너무나 예쁜 진이와 빈이... 아이다운 순진함과 귀여움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웃게도 하고 슬프게도 만들었다. 8살, 6살의 어린아이지만 엄마와의 이별은 이 작은 아이들을 억지로 크게 만든다. 진이는 스스로도 힘들고 벅차지만 어린 동생을 꼼꼼하게 챙기고, 빈이는 먹고싶은 음식앞에서 꾹 참고, 언니를 도와 돈을 모은다.
영화 속에서 진이와 빈이의 나무없는 산을 발견했다. 그 커다란 돼지 저금통을 꽉 채우고 엄마가 올 버스정류장이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되었다는 기쁨으로 그 긴 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아픈 배신감만 느낀 흙더미 위... 그곳이 진이와 빈이의 나무없는 산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산불로 나무가 다 타버린 산을 본적이 있다. 까맣게 탄 산은 보기만 해도 매운 연기를 마신것처럼 쓰디썼다.
하지만 이듬해 그 산을 다시 봤을때 검은 재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어린 나무들과 풀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림에도 불구하고 아픈 성장을 감당해야하는 진이와 빈 그 아이들의 나무없는 산에도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나 언젠가 든든하고 커다란 산이 되길 기도한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제목 나무없는 산이 아픔이 아니라 희망을 상징하는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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