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콕>, <히트>, <콜래트럴>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마이클 만 감독의 최신작품이고, 늘 할리웃 최고 스타와 작품을 함께 한 그가 이번에 선택한 배우는 '조니 뎁'과 '크리스쳔 베일' 그리고 <장미빛 인생>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리안 코티아르'. 거기에 실화에 바탕을 두었고 총격전등이 벌어진 곳은 실제 사고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리얼리티 넘치는 이야기 등은 이번 작품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자랑하듯 193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의상과 거리 모습, 자동차, 사고 당시의 건물등을 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간 착각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영화가 리얼 액션을 강조하는 부분인 이런 요소는 많은 제작비와 고증을 통해서 이루어 낸 '디테일'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존 딜린저'로 변신한 '조니 뎁'은 더이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이, 냉철하고 치밀하지만 의리를 소중히 하는 소위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 시키고 있습니다. 악당이지만 대중들의 스타로 인기를 누리며 동료들에게는 배신은 없다는 철저한 믿음을 주는 남자인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끝까지 지키려는 모습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미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들 정도입니다.
그의 상대배우인 '크리스쳔 베일'도 <터이네미터>의 존 코너와는 또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공공의 적을 잡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정의를 보여 줍니다. 자신의 동료들이 하나 둘 씩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나 비중을 보자면 조니의 압승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전 작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베일에 비해 조니는 이번 작품의 진짜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이며 역을 훌륭히 소화해 냈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내자면 그가 번죄자가 아닌 공공의 적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끌게 된 구체적인 이유와 해설을 좀 더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러나 이번 작품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요... 두 배우의 연기 대결처럼 '선과악'의 대결이 주는 스릴이 다소 밋밋하고 박진감이 떨어집니다. 이점은 마이클 만 감독의 고질적인 약점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전작 <히트>에서도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을 더 길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였죠. 지나치게 섬세한 감정 처리나 많은 것을 설명하려는 장면들로 인한 처리가 감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관객들에게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악을 미화한다는 우려를 줄 수 있는 소재이다보니 객관적인 시선에서 공정한 비중을 주어야 함에도 그 우려를 현실로 느끼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존 딜린저는 부상당한 동료를 끝까지 챙겨주는 모습, 절대 배신을 용서하지 않고 자신도 배신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악당이지만 진짜 멋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여자를 지켜주기 위해 끝까지 생명을 거는 모습은 최고입니다. 하지만 그를 잡기 위한 공권력은 배후를 캐기 위해 악랄한 방법으로 취조를 하고 여자를 가혹하게 때리며 마지막에는 비겁한 모습으로 존을 잡는 모습을 보여 주며 공공의 적인 존 딜린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히트>와 공통점이 참 많다고 생각되더군요. 알 파치노보다 로버트 드 니로가 더 멋있게 보이고 마지막까지 여자를 지켜주려 한 점 그리고 지독히 사실적인 총격전... 그러나 <퍼블릭 에너미>는 더 밋밋해 진 감각으로 <히트(Heat)>를 뛰어넘는 히트(Hit)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그 점이 영화가 가진 많은 장점을 무디게 만들어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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