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전율... 그러나 감동만큼은 변하지 않은 두 거장의 작품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줄거리, 영상 그리고 음악까지... 두 거장이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영화지만 참으로 관람하기 어려운 영화였던 '언노운 우먼'.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작품을 기다려 온 관객의 한 사람으로 2000년 말레나의 개봉 이후 2006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을 3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멀티극장이지만 변신 로봇 영화만 상영할 뿐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유명 극장들 중에서 지정된 소수 극장으로 가야만하는 현실... 가까운 극장도 아니지만 너무도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에 지금껏 기다린 보람과 약간의 수고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지요.
[그녀 왼편으로 흰 가면이 보이시나요... 섬뜩합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음을 당하게 된 것에 복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가정을 파멸시키려 한 1992년 작품 '요람을 흔드는 손'과 유사하지만, 나신이 그대로 영상에 자연스레 비춰지고 파격적이고 가학적인 성적 행위까지 적나라히 묘사되는 이번 작품은 성인등급이 확실한 차별화된 작품입니다.. 또 작품의 내용도 시네마 천국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그린 같은 감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강렬하고 충격적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을 맡은 엔리오 모리꼬네마저도 '시네마 천국', '미션' 등에서 들려준 아름다운 선율과는 정반대의 섬뜩하고 찢어지는 듣한 음악을 들려 주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 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레나가 자신의 딸이라 믿는 떼아를 훈련하는 장면에선 가학적 영상과는 정 반대로 아름답고 조용한 선율이 흐르더군요. 이처럼 두 거장의 영상과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달라진 느낌을 보여 주며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라 믿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엳보는 이레나.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 뒤에 많은 상처를 가진 여인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로 인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그 사랑을 추억하며 그와의 사랑속에 태어난 아이(떼아)만을 생각하는 그녀. 떼아와 함께 하기위해 어떤 일도 서슴없이 하는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그녀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가 나타나며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번 작품속에서는 두 여인의 모성애가 대립합니다. 자신이 낳았다고 믿는 아이를 향한 집착에 반해 입양했지만 자신이 낳았다고 믿으며 지금껏 키워온 자식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 자신의 생명이 위협 받는 그 순간에도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그 마음은 두 엄마 모두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성적 가해자이거나 방관자와 같은 주변 인물로 묘사되고 있어 철저히 여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출산 후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남자들로서는 그녀의 삶이 그저 느낌으로만 비통하고 안타까울 뿐 여자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과 같이 완전히 공감은 애초부터 다소 무리가 있죠. 이 때문에 남자들은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단순히 스릴러만 보게 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여인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섬뜩하고 무서울 정도의 행동을 하는 그녀를 공감할 수 있게 감독은 그녀의 지난 삶을 처절하게 짓밟아 버립니다.
그녀를 파멸시킨 남자의 등장이나 가정부를 계단에서 밀어 버리는 장면, 아다처 부인의 금고를 몰래 열다가 들키기 일보 직전의 장면은 스릴러 이상의 긴장감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할 정도로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지만 이번 작품이 다른 스릴러와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마지막의 감동' 입니다.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가 키스 장면을 보아 둔 필름을 보면서 흘리는 눈물의 감동 만큼은 아니라도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의 감동은 역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녀가 보여 준 것은 집착이나 광기가 아닌 따듯한 모성애입니다. 12년 동안 9명을 낳았지만 왜 그토록 마지막 아이만을 찾았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그녀가 가진 모성애를 보여 주며 관객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그녀가 자초한 불행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부러 몸을 팔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녀가 그런 행동을 당하게 될 것이라 알았다면 그녀도 그런 결정을 했을까요? 이런 공허한 물음만이 맴돌며 안타까움을 만들어 낼 뿐입니다. 안타까움과 충격의 전율 그리고 감동...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지금이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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