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이란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이것 부터 생각해 보았다. 감독과 관련지어 볼 것인가 시대의 흐름과 연결지을 것인가 아니면 이것 저것 다 필요없이 이 작품 하나만을 바라 볼것인가. 그러나 사람이라는게 물건을 볼때도 각자의 취향이 있고 이리 저리 재보지 않는가?
이 영화를 온전히 떨어뜨려 객관적으로 보기엔 감독이 전에 저지른? 일이 너무도 컸다.최대 흥행영화를 만들어 내었기에. 유오성과 곽경택. 두 사람의 만남. 그럼에도 쉬쉬하며 영화의 신변보호를 일삼아 평범한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에 거는 기대치는 허용할수 없을 만큼 커갔고 부추기듯 tv에서는 마침 월드컵 시즌에 맞춰 나타난 영화를 두고 스포츠정신 운운하며 국민 정서에 맞아 떨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흥행예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 속 드라마와 바로 옆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속의 드라마. 둘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 각본없는 드라마에 울고 웃던 사람들이 돌아서서 현재가아닌 과거의 인물 김득구를 접하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곽경택 감독은 어린시절 tv를 통해 챔피언 벨트를 두고 아쉽게 절명한 김득구라는 권투선수를 접하고 그를 언젠간 영화로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그렇다. 변화와 각오의 계기는 어느 한 순간 그 짧은 감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젊은 영혼에게는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득구라는 인물은 어린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낯선 인물일 뿐이다.그에 대한 이야기는 윗세대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들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김득구라는 이름을 감독이 다시 입에 올릴 때까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세대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감독은 김득구란 인물을 영화를 통해 복원해 보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함께 공유하고 또 느껴보자는 취지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어린 시절에 충격적인 장면 하나를 남기고 간 인물에 대한 열망 그 자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접한 영화는 평범했다. 너무 큰 기대치 때문이었을까? 감독이 그리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나에겐 직접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까? 바로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6월이 더 강한 여운을 남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아서 약동하는 태극전사에 가려저 김득구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흥행의 한 요건이 되는 시대적 배경. 오히려 영화는 시대를 잘못 택한건지도 모르겠다. 한 개인의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평범한 드라마를 보기에 현실의 드라마가 너무 극적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이 그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것으로 영화를 꾸리지 않고 좀더 색다른 관점,자신의 일생에 지워지지 않는 충격의 점으로 자리잡게 된 연유를 살펴 그것으로 바라보았다면 김득구가 평범한 영웅으로 느껴지진 않았을텐데. 전작에서 세대를 넘나드는 소재를 통해 커다란 공감대로서 관객을 이끌었다면 이번엔 흔한 영웅이 아닌 최고에 자리에 올라설 뻔하다가 실패한 비운의 복서의 특이성으로 도전해 볼 만도 했을텐데. 승승장구만 하는 영웅들이 판을 칠때에 이런 비극의 주인공도 있음을 더 깊이 알려 줄 수 있었을 것을.
김득구를 살려 낸 유오성의 연기는 참으로 챔피언이라 할만했지만 감독의 편안한 선택은 월드컵 준결승보다 아쉽다. 어찌하여 영화 속 김득구는 그토록 짧은 순간만 고민을 했을까? 왜 평범한 영웅을 좇아 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