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고괴담5 - 동반자살>은 공포영화로써 완전한 실패작이다.
얼핏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여고괴담1><여고괴담2>를 섞어놓은듯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여고괴담3>과 <여고괴담4>에 가까워 보인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여고괴담1>가 지녔던 영화의 신선한 공포장치와 긴장감도 , <여고괴담2>의 여고생들의 미묘한 심리의 세밀한 묘사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오로지 피를 뒤집어쓴 여고생 귀신의 모습의 시각적 효과와 귀를 자극하는 음향효과만으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전달하려던 <여고괴담3>과<여고괴담4>편의 약점을 고스란히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여고생들이라면 한번쯤 느꼈을 고민들 - 이성문제, 성적문제, 교우관계뿐아니라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동반자살 문화까지 모두 영화 속으로 끌고 들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여고생들의 동반자살 명세, 그리고 언주의 자살로 시작된 영화는 도대체 왜 언주가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앞서 말한 여고생들의 고민들과 관련된 진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그 진실로 인해 몇몇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엔 언주가 왜 자살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설프기 그지 없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언주의 자살이유 또한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여고생시절을 지내보지 못한 남자라서 그런지) 도무지 왜?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공포영화로써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상영내내 피를 뒤집어쓴 언주 귀신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려 하지만 그러한 감독의 영화적 의도는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공포조성의 긴장감을 느낄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공포 영화의 백미는 귀신이 나오기전 보는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만드는 그 스릴넘치는 긴장감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긴장감이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숨은그림찾기하듯이 영화 곳곳에 시도때도 없이 언주 귀신을 등장시키고, 그것을 본 여고생들의 생고함 비명소리만 계속해서 울려퍼지지만 관객은 전혀 공포감을 느끼짐 못한다. 그래서 심지어도 90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영화의 상영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며. 이야기 전개가 너무 더딘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써 영화적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벌이진 일이다.
한편 이 영화는 좀더 낮은 관람 등급을 받으려는 제작사의 욕심과 그해 여름 첫번째 한국 공포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에 발목힌듯하다. 왜냐하면 다른 영화들이 보통 개봉 2주전에 시사회를 개최하고(영화적 완성도가 높을경우 무려 한달전에 시사회를 개최하고 입소문을 내려는 전력을 쓰기도 한다. 물론 공포영화중에는 그런 영화가 없었지만..),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개봉 6일전에 부랴부랴 시사회를 열었고(그로인해 이번주 발행한 영화잡지들에는 이 영화의 관람평과 별점이 아예없다!), 관람등급조차 예상치 못한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정으로 개봉을 앞두고 급하게 다시 영화를 편집하여 개봉 이틀전에 겨우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다. 제작사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여고생들이 못본다는 것이 말이 되나며 15세 관람가 판정에 만족스러워했지만 영화적으로 볼때 15세 관람가에 맞추기 위해 몇몇 잔인한 장면들이 편집실에서 잘려나간듯하고 그로 인해 영화적 공포감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 버렸고, 일부 장면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화면의 전개로 흐름이 완전히 끊어져 버린다. 결국 15세 관람가를 통해서 좀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려는 제작사의 과욕이 안그래도 무섭지 않은 영화를 완전히 망쳐버린 셈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제작사는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 <거북이달린다>와 같은 제작사인 씨네2000으로 특이하게도 같은제작사에서 만들고 배급사만 다른 두 작품이 일주일 사이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제작사측은 두 영화가 관객층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올해 첫번째 공포영화로 마케팅 방향을 잡았고, 다음주부터 관객을 싹쓸이 할것으로 예상되는 트랜스포머 개봉전에 영화 개봉하기 위해 영화의 후반작업을 조금 급하게 진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므로 영화적 완성도에서 헛점을 많이 노출하고 있고 좀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볼만한 것은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연배우들의 연기이다. 아직 신인이라 몇몇 장면에서 발성과 표정에 있어 어색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 아니라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경험한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3~4편의 신인배우들보다 연기에 있어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유난히 옥상 장면이 많은데 그러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이들 주연배우들이 건물 옥상에서 공포감을 이겨내면서 연기를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뻔히 보였는데 그들의 노력만큼 영화가 나오지 않아 배우들이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여고괴담 개봉 10주년 기념작이자, 여고괴담 시리즈 4편을 총정리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영화 <여고괴담5-동반자살>은 아쉽게도 어느 것 하나 전편을 뛰어넘지 못했을뿐아니라 공포영화로써 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영화일 뿐이다. 과연 언제쯤 <여고괴담1.2>을 능가하는 제대로된 <여고괴담>시리즈 영화가 만들어질지, 개인적으로는 어서 <여고괴담6>편이 기다려진다. (씨네2000의 이춘연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여고괴담6편>은 뉴질랜드로 전학간 여고생의 이야기라로 구상중이라고 하던데..). 물론 이번 5편이 얼마만큼 성공하느냐에 따라 <여고괴담6>의 제작 시기가 결정되겠지만, 이 영화가 혹시나 망하더라고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한국 대표 시리즈 영화인 여고괴담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 갈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문득 제작사에서 급 편집까지 해가면서 보여주려고 했던 여고생들이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공감하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성공은 결국 여고생들의 손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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