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할아버지는
"오직 베풀고 가꾸시는"분이였다..
카메라를 든 감독에게 불쑥불쑥 "너 먹어" "닦어" "한잔 먹어" 하시며 잔정을 베푸시고
말라빠져 콘크리트처럼 회색이 되고 굳어진 흙사이로 솟아오른 농작물 사이의 잡초를 베어내주시며 살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시들어가는 생명을 안스러워하시고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국방부의 살벌한 협박성 경고에도
뚝심어린 통쾌한 한마디 "심었어"를 날리시고..
"하는데까지 해야지" "목숨 다하는 날까지할거여" 논과 밭을 가꾸신다...
농사가, 땅의 생명과 할아버지의 생명과 하늘의 생명이 합쳐져
곡식을 살려내는 경건함임을 보여주셨고..
그 모든 조화와 경건함을 파괴하는 국방부의 무력은..
차라리 괴기스러워 보였다..
"살아가는데 기본적인게 있다고 오직 하나 정의"
마음이 숙연해지는 방 할아버지의 명료한 한마디..
논에서 벼를 가꾸셔야 할 분을 경건한 논에서 쫓아내어 경비를 만들어야만 하나..
국방부와 정부의 처사에 안타깝고
무력한 젊음이 송구스럽다..
아마, 영화를 찍은 감독의 뜨거운 애정이 영화에 담겨..
낯선 한 관객에게 이렇게 가까이 할아버지를 들여놓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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