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봤을때 후반부로 가면서 개인적 감성에 치우친 전개가 영화 감상을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소재나 스토리 전개, 그리고 카메라 워크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런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만큼 제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떠나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길을 보았기에 차기작 '챔피언'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죠.
하지만 시사회를 보고 있는 동안 제 심정은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게 아닌데.....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길을 가다 챔피언 포스터에 '울지마라...내가 죽으러가니' '반드시 이기도 돌아올게'라는 카피만 읽고도 그의 슬픈 죽음을 아는터라 코끝이 찡해왔습니다. 그렇게 가슴을 울리던 카피는 여배우의 어색한 연기와 황당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관객을 당황시키더군요. '그만해라. 많이 묵었다아이가' '우린 친구 아이가' 처럼 짧은 대사로 진한 감동을 주던 '친구'의 소득을 이어가려던 욕심을 억지로 집어넣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시간 53분동안 너무 많은 얘기를 담으려는 감독의 의도는 영화가 어디로 가려는지 방향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어려운 시절은 겪을 김득구의 삶을 조명하려는 노력은 지나치게 짧은 설명으로 관객에게 설득력을 잃었고, 약혼녀와의 사랑도 여자의 아버지가 반대하면서 여주인공은 갈등도 없이 쪽지 한장으로 이별을 결정하고 반대하던 아버지는 경기 관람 한번하고 승락하고.....승승장구에 거만해진 김득구가 친구의 충고 한번으로 정신 차리고... 무슨 그리 욕심이 많았는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한거 아닌가요
감독 고향의 부산이기 때문인가요. 친구에서는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던 바다에 대한 향수가 챔피언에서는 느닷없이 관객에서 감성을 강요하더군요. 또한 어렵게 구했다는 김득구 어머니의 어색한 연기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는 여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흐름은 너무 많이 방해했습니다.
'고인에게 누가 되지 않게 만들겠다' '한국만의 복싱 장면을 만들겠다'라는 감독의 호언장담은 뜬구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수준 높은 촬영을 보여준 허리우드의 '알리'나 멀리 찾지 않더라고 '태양은 없다'에서 본 사실적인 장면을 본 관객에게 더 이상 새로울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역동적인 복싱 장면을 너무 가깝게 잡아 머리를 어지럽게 할 뿐이더군요.
어린 시절 '울지않는 호랑이'라는 영화를 보고 엄청 운 적이 있습니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였죠. 2002년 찾아온 김득구는 그 시절 영화는 너무 그립게 만드는군요. 고인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