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사이코패스 탄생하다... ★★★
아마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야말로 영화사상 가장 많이 부활(?)한 존재 중 하나일 것이다. 심지어 <할로윈 H2O>에선 누이(제이미 리 커티스)가 휘두른 삽(도끼인가?)에 머리가 뎅겅 잘려져 나갔음에도 살아나 다시 살인을 시작했으니깐. 아무튼 슬래셔 무비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인 존 카펜터의 <할로윈>을 리메이크한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은 일단 롭 좀비의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헤비메탈 밴드 [White Zombie]의 리더로 2003년 첫 장편 영화인 <살인마 가족>으로 평단과 관객의 저주에 가까운 혹평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2006년 최고의 호러 영화라 일컬어지는 <데블스 리젝트>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은 바로 그 롭 좀비. 이런 점에서 롭 좀비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리메이크, 그것도 호러 무비의 거장 존 카펜터 감독의 대표작인 <할로윈>의 리메이크라는 건, 대단한 모험이자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뛰어난 원작의 리메이크일 경우, 대게는 실패작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건 작품 자체의 수준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의 심리와도 연관된다. 즉, 걸출한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는 위험한 평가보다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훨씬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원작과 나름 비교해보려 했지만, 원작 <할로윈>을 꽤 오래 전에 봤던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원작의 시놉시스를 살펴보니 6살의 마이클 마이어스가 누나와 누나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가 15년 후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 살육의 잔치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롭 좀비의 리메이크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원작에선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가 누나를 살해하고 정신병동에 감금되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빠져있다고 한다.
롭 좀비는 바로 원작엔 없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데 꽤 공을 들인다. 클럽에서 춤을 추는 엄마, 경제력 없이 술만 마시는 계부, 어리다며 같이 놀려하지 않는 방탕한 누나의 존재. 인간의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인 마이클 마이어스는 소외된 심성을 애완동물들을 해치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나간다. 동물을 학대하던 마이클 마이어스의 살육 상대는 이제 인간으로 전환되어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을 몽둥이로 죽인 뒤, 집으로 가서는 계부, 누나의 남자친구, 누나까지 가면을 뒤집어쓴 채 무참히 살해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그가 살해하지 않은 존재는 아직 애기인 여동생. 정신병원에서 17년을 지내며 거구의 살인마로 성장한 그는 자신의 혈육을 찾아 정신병원을 탈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가 처한 환경과 그의 처음 살인을 보여주는 영화 초반부가 새롭게 창조된 것이라면 마이클 마이어스가 정신병원을 탈출해 벌이는 후반부 살육신은 원작 <할로윈>은 물론이거니와 슬래셔 무비의 일반적 경로를 충실히 답습해 나간다. 즉,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 후반부에 대해 ‘뻔한 영화’라고 비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어느 정도 잔인한 장면이 들어 있음에도 최근 워낙 잔인한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잔인성 면에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도 어렵다.(<데블스 리젝트>에서 사람의 인피를 뒤집어쓰고 도망치던 여인이 트럭에 치여 내장을 쏟아내며 죽는 장면이 있다. 그에 버금가는 장면이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에 하나만 있었더라면 나는 평점에 별 한 개는 더 얹었을 것이다) 또한 공포라는 차원에서 볼 때도 후반부로 갈수록 비슷한 포맷의 반복은 초반에 느꼈던 공포가 점차 사그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여러 단점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 영화를 허투루 대해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롭 좀비가 전작 <데블스 리젝트>에서 보여준 여러 장점이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에서 발견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사상 최악, 최고 사이코패스의 탄생 과정을, 그것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정해야 할 영화다.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 역을 충실히 해낸 대그 페어치라는 호러보이의 발견은 그 중 압권이며, 특히 정신병원에서 나온 마이클 마이어스가 오래 전 옛 집을 찾아가 마룻바닥을 뜯어내고 자신의 첫 살해에 사용된 칼과 가면을 꺼내 쓰는 장면은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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