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이미지는, 어디 섬에서 고립되어 홀로 고분분투하는 코믹한 어드벤처 물이라는 뉘양스를 잔뜩 풍깁니다만, 야바위 입니다. 근데, 이게 참 기분 좋은 거짓말 이란 말이죠.
확실히, 김씨 포류기는 코믹적인 뉘양스가 강하기는 합니다만, 기저에 깔려 있는 작품의 메세지는 진지합니다. 소통,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 이죠. 아마, 분명 투자비 손익계산이나 수익성에 대한 고려에 따른 마케팅의 전략에서 나온 포스터 이겠지만, 분명 감독님이 자신의 작품과 포스터가 취하는 이미지, 크게는 마케팅 전략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타협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내는 시너지 효과를 자신하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관객은 웃기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에 기분좋게 극장에서 나오고, 감독님은 자신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해서 좋고, 투자자는 좋은 작품으로 경제활동에 금전적인 이득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이루어서 좋고.
그런 거짓말 이니 기분 좋을 수 밖에요. 물론, 무조건 웃기기만을 바라는 분에게는 조금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무튼, 포장과 내용물이 불일치 하더라도, 선물에 만족하면 그만이 아닐까 하는게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고, 그런 측면에서 김씨포류기의 포스터 및 마케팅은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싶습니다.
앗차, 리뷰에 다른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영화 자체에 집중을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자자! 영화는 김씨가 한강에 투신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회사는 망해서 나왔는데 취업은 까마득하고, 사채는 7000만원이 2억 1000만원으로 불어 있고, 애인은 능력없다고 떠나 버렸으니, 무슨 인생에 낙이 있겠습니까.
물론, 죽을 만큼 힘든 건 알겠지만, 죽으면 안돼죠. 김씨! 주인공이 벌써 부터 죽으면 어떻하라구요! 절대, 생명 존중 사상에서 하는 이야기 이지, 영화 런닝 타임이 걱정 되서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요! 라는 저의 다분히 사심(?)있는 항의 덕택인지 김씨는 한강 다리 밑 밤섬에 불시착 합니다.
본디, 죽을 각오로 열심히 사는게 정론이기는 합니다만, 인간이 나약한 것도 사실이죠. 김씨는 그런 사람입니다. 나약하죠. 우리가 쉽게 비난 할 만큼 나약합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그렇게 부정하는, 현대 사회속의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불쌍하면서도 남이야기 같지 않고,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거겠지요. 이런 사람에게는 근성론은 들먹거리는건 옳을지는 몰라도, 따뜻하지는 않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가 하필, 서울 시내 한복판, 그것도 도시화가 진행되다 참 같잖아서 건너뛴 한강 밤섬에 포류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캐스트 어웨이 같이, 대양 같은 자연 환경의 무자비한 낮설음 속에 고독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인간에 대한 어떻게 보면 무한 신뢰이자 이상화라고 봅니다.
김씨가 만약 어디 천길낭떠러지 나, 어디 진짜 대양의 무인도에 떨어졌다면, 어찌어찌 살아남아,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사회의 허망함을 깨닳고 각성하여 자연속에서 현대사회의 인스턴트 가치관을 부정하는 한국판 톰행크스를 우리는 재탕하는 셈이였겠죠.
다시한번 이야기 하지만, 우리의 김씨는 약하신 분입니다. 자연주의자가 되어, 인간을 호도하거나 자신의 가치관에 확고함하고는 백만 광년쯤 멉니다.
그런 김씨이기에, 찾아보면 쓸만한 쓰레기들이 굴러다니고, 위험한 육식 동물이나 파충류나 독버섯은 배제된, 일종의 버려졌지만, 도시속의 안온한 자연 속에 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가까이 도시는 보이지만, 자신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마치 신기루 처럼. 무시된 안온한 자연으로부터 말이죠. 그는 거기에 안심합니다. 죽어 볼까 하다, 아이러니 처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님은 떠나 이 세상에 없건만, 내몸은 살라고 처절하게 배고파 하듯, 김씨는 몸이 살으라고 처절하게 배설하는 것에 마음을 고쳐 먹죠.
먹는다는 것, 그것은 산다는 것임을 깨닳죠. 김씨가, 먹을것에 초반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은 인류가 삶의 투쟁에서 제일 처음 마주한 도전이자, 시련이며, 실존이었다는 것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발견 하는 행위입니다. 즉, 그는 자연속에서 인간이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여러 가치를 발견합니다.
짜장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먹고 싶었죠. 그런 단지 식욕이, 점차 자연과의 투쟁속에서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지는 가치가 되고 삶의 가장 아름다운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 그를 웃음짓게 합니다.
그가, 정려원의 호의를 거절한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땀과 노력이 깃들이지 않은 가치는 무의미하기에, 그는 더 맛있지만 자신의 신념이 깃들이지 않은 짜장면을 거절합니다.
그런 그도, 고독감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정려원도 마찬가지고요.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인 소통의 문제도 바로 이 점에서 비롯합니다. 김씨는 사회적으로 보면 부적응자에다, 도시화에서 사소해서 잊혀진 자연으로 도망친 도피자이죠.
반면, 정려원은 자신의 신체조건과 기타 등의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 끝에 히키코모리가 된 케이스 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는 그녀에게 사이버 스페이스, 즉 싸이월드는 현실의 상처받은 자기를 치유하는 공간인 동시에, 현실에서는 받지 못한 관심과 애정을 보상받는 공간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활의 대부분을 인터넷과 함께하죠.
그러나, 애초부터 현재로부터 도망이라는 측면에서 그녀의 싸이월드는 근본적이로 구원의 공간이 될 수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피상적인 누군가로 자기를 대신하는 가짜 구원은 그녀의 상처를 잊게하는 진통제는 될 지언정, 상처를 정말 낫게 하지는 못합니다.
싸이월드, 인터넷이라는 넷상으로 연결된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장소. 그리고,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관심과 관계를 다시한번 시도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자, 현실의 관계를 보충하기도 하는 세상 속의 세상.
정려원은, 여기서 즉각적으로 사람들이 찬미하는 미(美)와 각종 명품들로 넷 상에서 인스턴트 인기를 누립니다. 뜨겁지만, 금방 식고, 즉각적이지만 동시에 절대로 깊지 못하는 그런 환호속에서 그녀는 다시 고독해 집니다.
그래서 그녀의 취미에 걸려든 김씨는 '외계인'이며, 동시에 '낮선자'이기에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끼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방을 박차고 나와 유리병 속 편지를 전달 하지요.
그 과정에서 정려원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웃음을 어머니에게 화분을 구해달라고 직접 이야기 하거나, 짜장면 배달원을 부르며 점차 키워나갑니다.
그러나, 서로가 고독속에서 점차 가까워 질때, 누군가인지 서로 알게 되는 마지막 한걸음을 정려원은 주저하지요. 그녀가 싸이월드처럼 포장된 자기가 들어 있는 빈병을 끝내 던지지 못하는 것도, 그 한걸음이 너무도 무서운 거지요.
'저사람도 나를 직접보면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을까.'
상처받은 영혼은 주저하여, 김씨는 번민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파국이 찾아 오지요.
본디, 뚝섬에서 정재영은 나갈 수 있습니다. 헤엄? 죽는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시간 넘처나는 인간이 하루에 몇시간씩 한강에 있다보면 못할 것도 없죠. 하다못해, 짜장면 배달부의 오리를 얻어타고 나갈 수 있는데도, 초반과 달리 그는 나가지 않습니다. 잊혀진 도시안에 마지막 정글이 너무도 좋거든요. 그곳은 버림받은 자들의 낙원이자, 그가 세운 이상향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너그러운 자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라이터도 있고, 물고기에다 새까지, 먹을 것도 넉넉하고, 독버섯 해충 말라리아 도 없는 불편하지만 개척하면 삶을 펼쳐나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이 밤섬의 문제점은 바로 도시에서 너무 가깝다는 거지요. 비록 폭풍이 불어 닥치고 그의 이상향은 파괴 되지만, 어차피 겨울이 오면 그의 세상은 무너질 것이 자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파괴가 자신의 세상의 파괴가 아니라, 잊혀졌던 자연인 밤섬을 다시 도시가 관리하는, 즉 잊혀졌을 뿐이지만 결국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슬프디 슬픈 현실이랄까요.
공익요원과 해병대들의 쓰레기 청소라는 참으로 현실적인 도시의 개입으로 인하여 낙원에서 추방된 우리 김씨는, 이곳까지 결국 쳐들어와 자신을 구속하는 세상에서 굿바이를 결심하고, 63빌딩으로 향합니다.
단지, 단지 여기서 그냥 살기만을 바랬을 뿐인데, 매정하게 '쓰레기 청소'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을 무덤덤하게 쫒아내는 도시에서 죽음으로 도피하고자 하죠.
마찬 가지로 자신의 가면이 벗겨져, 싸이월드에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악의로 가득찬 비난에 상처입은 정려원은 그의 천국에서의 추락을 보고, 그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습니다.
싸이렌 소리와 함께, 민방위 훈련, 참 탁월하더군요. 멈춰진 버스속에 그렇게 둘이 만난 두 사람은 이제 떠내려간 보트 처럼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속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둘이 있기에, 외롭지 않은 희망을 꿈꾸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덧붙여, 정려원 너무 이쁩니다..... 화상 입히시려면 아예 반쪽을 가리시던지.... 물론, 아름다운 그림체로 그린 구더기를 보고 뭐라 탓할 생각은 없지만, 정려원이나 그녀의 방은 히키코모리의 방치고는 너무 아름다운 앵글에 몽환적이어서 좀 미스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기사, 여배우 얼굴 망가지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래도 얼굴 반쪽만 가려도 여배우 이미지랑 영화의 메세지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만, 흉터가 너무 어설펐어요, 감독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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