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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언제든 한강 따위에 표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김씨'다 김씨표류기
pondi 2009-05-10 오전 3:01:00 1044   [1]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김씨'가, 대한민국의 젖줄 한강에 숨어있는 '밤섬'에 표류를 했다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평범하다못해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에서 툭 튀어나온 영화의 5분은

한강다리 위에서 자살을 결심한 "김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지나치게 무료한 일상 속에서 되는 일 하나 없이, 적잖은 나이에 애인에게 차이고, 직장도 별볼일없고,

게다가 신용대출로 인한 불법추심으로 사는 것이 매일이 괴로운 김씨, 그래서 그는 한강에 뛰어들기로 했다.

 

요컨대, 극중 정재영의 역할인 김씨(Male Kim)와 정려원이 맡은 김씨(Female Kim)는

그들의 이름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그저 대한민국의 국민,

다시말해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과 '나'라고 보면 되겠다.

 

모 영화 사이트 메인에 <가수 김C가 소개하는 김씨표류기>라는 기사를 보고 헛웃음을 웃었는데...

그렇다, 이 영화의 제목이 김씨표류기인 이유는,

김씨가 표류를 하는 것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이땅을 살아가는 우리 중 누구라도

그와 혹은 그녀와 비슷한 시련과 우울을 겪을 법한 이들이 세상과 동떨어져 세상을 조롱하면서도,

그 세상에서 "잘 살고싶은 <희망>을 놓치못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풍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가 넘치는 장면과 설정에 의해

우리는 그들과 같은 땅에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김씨를 보고 웃지만, 김씨에게 가련한 연민을 느끼고 어느새 그들과 동일시된다.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장씨의 셋째 아들이나 이씨의 넷째 아들처럼, '한양에서 김서방찾기'라는 속담처럼,

극중 인물들의 이름은 뇌리에 오래 남지 못할 흔한 이름의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란 것.

김씨와 미스 김은 우리와 매우 닮아있는 측은한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표류한 곳이 정말 어느 외딴 섬이나 무인도가 아닌

육천만 국민이 모두가 알고있는 장소에 숨어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첫번째 아이러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언제든 발견할 수 있을것만 같은 장소.

그곳에 고장난 핸드폰과 함께 남겨져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남자.

 

김씨가 한강에 뛰어들었다 밤섬에 표류한 그날은

일년에 두번(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있다는 민방위 훈련 날이다.

그리고 일년의 그 이틀은 히키코모리 미스 김이 창밖을 관찰하는 날,

그리하여 둘은 외계생명체의 접신(?)으로 우연적인 만남을 가진다.

 

그날 미스 김이 김씨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김씨는 정말 밤섬에서 아무런 소통없이 살아가야하는

말하자면 철저하게 갇힌 상태의 낙오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 할지라도, 김씨는 심심해서 죽.을.것.같.은 상황도 즐기면서 잘~!! 살았을 것 같지만)

어쨌거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스 김이 발견한 김씨는 도무지 인간이라고 보이지 않는 희귀생명체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으면서

여자 김씨가 세상과 소통을 하는 방법은 가상공간인 인터넷이었다.

내가 아닌 나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참모습이 아닌 '나'로 살아가며 희열을 느끼는 그녀,

그런 그녀가 창밖에서 발견한 참모습의 외계생명체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와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두번째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그 외 줄거리 생략)

 

요즘 유행하는 개그 프로에 '뿌르땅XXX'라는 코너가 있다.

그 코너의 개그소재는 아무 생각없이 웃기기만 하는 내용들이 아니다.

사회이슈나 시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기에 그들이 풍자하는 세상을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이 김씨표류기란 영화를 통해 그 코너를 통해 느끼는 웃음과 같은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자칫 무겁거나 우울한 소재일 수도 있는 두 김씨가 앓고있는 병이나 처지는,

또한 그들이 처한 환경은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준 실낱같은 희망과 같은 것이었으니까.

 

희망, 김씨의 희망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힘으로 죽도록 맛보고싶은 자장면을 먹고싶은 것이었고

여자 김씨는 그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옷장 밖으로 나와 잠을 잘 수 있게된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희망이란 '소통'이다.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소통을 시작하게됨으로서

다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

 

 

여자 김씨가 말한 것 처럼 일상에 찌들어 살다보면 희망같은 단어 따윈 써먹지 않는다.

백년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희망>.

이 작품의 재미난 캐릭터와 설정 속에 숨겨진 의도는,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것은 결국 그것이 아니었을까?

 

또한 우리는 두 사람의 소통을 통해 우리로부터 소외된 나,

혹은 우리로부터 소외된 어떤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어떤 것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을까?'

'내가 이토록 지극히 외로운 동물이란 것을 나는 잊고 살지 않았나?'

'내 옆에 저처럼 처절하게 살고싶어서 죽고싶은, 그런 사람은 없을까?'

 

쉴새없이 웃고 영화에 빠져들게 하면서도, 반짝반짝영화사의 이해식 감독은 천하장사마돈나때처럼,

관객의 머리와 마음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참으로 가슴 뿌듯한 영화다.

그저 웃고 즐기자고 부담없이 입장한 시사회에서

이처럼 깊은 성찰과 따뜻함을 안고 돌아온 것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영화의 표현이나 내용 외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을 한가지 뽑으라면...

반짝반짝 영화사를 대표하는 오리, 그 오리가 오리보트로, 그리고 김씨가 수년간 청약통장에 돈을 넣은 결과

겨우 손에 넣게 되는 내집마련의 결과가 되었다는 설정이 매우!!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하나 더,

정재영씨, 정려원씨. 다시 살 좀 찌셔야겠어요.

려원씨는 직접 뵙지 못했지만...정재영씨 '신기전'  무대인사 때 뵐 때랑 완전 다른 사람이더군요.

작품을 위해서였다지만 너무 무리하신듯~ 건강관리 잘 하세요.

 

 

(저는 영화사, 감독, 스탭, 배우, 그 어떤 제작진과도 일말의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해마시길;;ㅋ)

 

 

- 모 영화 사이트

시사회 당첨 후기 본인글 발췌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2-01 21:18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9 16:57
powerkwd
기회가되면 볼께요~   
2009-05-26 22:40
kimshbb
ㅎㅎ   
2009-05-15 21:08
1


김씨표류기(2008, Castaway on the Moon)
제작사 : 반짝반짝영화사(주)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kims200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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