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 이탈리아 무려 6개국의 합작품이다. 10년 전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영화제의 단골 손님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카엘 하네케가 주인이다. 피아니스트, 늑대의 시간 등 그의 전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첫장면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요트를 끌고 달리는 차를 하늘 높이에서 롱샷으로 내려찍고 있고 사운드는 고요한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여느 평범한 가정과 똑같은 조지와 아내 앤과 그의 아들의 모습이 보여지지만 갑자기 음악은 귀가 찢어질 듯한 락으로 변한다.
제목만큼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 "계란 하나만 빌려주세요" 이 평범한 부탁이 이 영화(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옷차림도 표정도 행동거지도 너무나도 어색하고 의심스런 두 청년은 이내 조지의 가족을 감금하고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정말 조롱당하는 기분이다. 왜그러는지 이유도 모른채 그들은 그저 당하기만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청년들은 카메라를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내곤 하는데 관객들에게도 게임 제의를 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아들이 죽고 탈출한 앤이 붙잡혀 와 죽음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다 앤은 총을 빼앗아 청년 한명을 쏴 죽인다. 반전일까? 탈출 할 수 있을 것일까? 하지만 거장 미카엘 하네케는 1%의 희망조차도 관객들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청년 중 한명은 알 수 없는 리모컨을 rewind 하는데 다시 죽기직전의 상황으로 돌아오고 남편 조지가 죽임을 당한다. 권선징악, 해피엔딩, 그것이 아니라도 한번이라도 기분 좋은 장면을 기대했다면 바보였을까? 오락성과 대중성을 철저히 뒤로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이 없음에 반은 그의 독종같은 고집에.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제목은 말그래도 조지의 가족을 필두로 하여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관객을 조롱하는 두 청년과 감독에게만 즐거운 영화이다. 상상을 하면 할수록 바보가 되는, 눈앞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삭막한 이 영화. 관객의 불쾌함이 곧 그들의 희열이었던 것은 아닐까?
극장을 나오는 순간 너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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