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학설에 의하면 인간의 뒷쪽 커다란 등뼈는 예전에 날개였다는 말이 있다. 어느 위대한 생물학자의 주장처럼 인간이 그 날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순간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되지 못한 날개는 퇴화되어 인간의 몸뚱아리에 옛시간의 추억만을 새겨놓았던 것이다.
문득 "스피릿"이란 애니메이션을 보자 그 잃어버린 날개가 떠올랐다.
"스피릿"은 굉장히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여성의 나신이 드러난 선정적인 장면이나 입에 칼을 든 여인이 나와 설치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릿"은 시각적으로 관객을 만족하기 보다는 그 시각적인 인간의 감각을 교묘히 이용하여 인간의 숨겨진 감성, 즉 자유에 대한 갈구를 생각나게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재미난 것은 이제까지와 달리 말이 주인공인데 비해 영화내내 야생말이 내뱉는 언어는 말의 언어 "히잉~" 뿐이 없으며 더우기 친근하게 불려질 야생말의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그림자를 선뜩 넘어설 만큼 더 치기적인 자유속에 달려가는 야생말의 모습은 내가 꿈꾸며 어디론가 달리고 싶어하는 추억속의 이상처럼 느껴지고, 끊임없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고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애쓰는 모습은 언젠가 내가 도다르고 싶었던 목표로 향하던 모습같기도 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영상또한 화려하다 배경의 광활함은 실사 못지 않게 감동적이고 말의 딱딱한 각진 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속에 담겨진 수많은 감정에 관객을 놀라게 하며 부드러운 말의 동작이나 인간의 동작은 그 영화를 만든이의 노력에 충분히 공감가게 한다.
더욱이 야생말을 길들이기 위한 군인이 설치전 모습속에 흘러나왔던 음악과 말의 흔들림은 어찌나 흥분되게 했는지 문득 내가 인간이 아닌 말이 되버린 것 같았다.
솔직히 우린 완벽함이 철철 넘쳐나는 애니매이션에 익숙해 졌다. 유모감각이 철철넘치는 모습에 독특한 개성이 담긴 슈렉이나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시원한 아이스 에이지나 동양의 전래동화를 이용한 상상력의 무한함을 보여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 그 수많은 애니메이션에 멋진모습은 실사의 영화와는 또다른 재미로 관객에게 황홀한 상상력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보이는 할리우드적 요소가 애니메이션의 순수함을 바라는 관객을 실망시킬 수도 있고, 언어의 배제와 나래이션의 지겨움에 고객을 돌리 수도 있다
하지만 스피릿은 지금까지와의 애니메이션과는 좀 다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속에 담긴 메세지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를 위한 애니메이션에 충실한 모습과는 달리 좀더 과격하고 인상적이며 자극적이다. 어린아이들이 재미로만 보기에는 그 속에 담기 메세지는 강렬하여 문득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관객에게 이 신랄한 도시를 떠나 광활한 대지로 달려보라고 속삭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