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행여나 진흙탕의 보석을 흘려 보내는건 아닌가 싶어 애써 영화관을 찾는 경우가 있다.
평점 5점대... 그야말로 그저그런 영화일거라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설마 이 영화가 이런 점수를.. 하는 의아심이 있었기에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이고 감독의 작품의도가 스토리보다는 사실적인 표현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을 미리 알았기에 그다지 스토리의 부실은 염두에 두지 않고 봤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여러모로 수작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범작 또는 졸작의 선에 머무르고 마는 느낌이다.
최근의 한국 영화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는 범죄극의 단상을 보면 <살인의 추억>이라는 걸출한 영화가 이미 한국영화계에 한 획을 그어 놓은 상태인데다 작년에 큰 바람을 몰고 온 <추격자> 역시 수작이라는 평과 함께 흥행성공이라는 보너스까지 받았던터라 영화 <실종>이 과연 이러한 전작들을 뛰어 넘을 수 있을런지에 은근히 관심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종>은 그러한 영화에 크게 못미친다는 느낌이다.
첫째, 스토리의 부재다.
실종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면 실종되기까지의 과정이라든지 배역들의 삶의 현장이나 인물 구도에 대한 일정 시간 할애를 하거나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이 생략된채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구도로 바로 몰고 가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스릴감의 부족이다.
스릴러영화의 미덕은 스릴감에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런지 모르는 가운데 느끼는 서스펜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음 장면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기 때문에 스릴을 못느끼고 반복되는 잔혹코드로 기분만 상하게 한다. 스릴과 잔혹은 엄연히 다른 코드다.
셋째,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의 조합이 심하다.
잔혹코드 가운데도 모방의 흔적이 두르러진다. 피해자의 이빨을 뽑는 장면은 <올드보이>에서 봤던 장면이고, 분쇄기에 가는 장면은 미국의 수작 <파고>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저리>의 분위기와 흡사하지만 그에 비해 서스펜스가 약하다.
넷째,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다.
문성근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여배우들의 연기나 조연들의 연기는 크게 못미친다. 문성근 마저 몇몇 장면에서는 그답지 못한 연기를 보일때도 있어서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수작의 반열을 거론하기엔 함량 미달이고 몇몇 하드고어 매니어들에게도 매력을 얻지 못하는 그저그런 킬링타임용이라는 생각이다.
네이버 평점의 객관성과 정확성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평점 5.5정도.. 비추. 볼때도 괴롭고 보고나서도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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