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흥미로운 리메이크작.. ★★★
원인 모를 화재로 엄마가 죽은 이후, 딸 안나(에밀리 브라우닝)는 이상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병 치료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안나를 반기는 것은 언니 알렉스(아리엘 케벨)와 엄마의 간병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빠의 새 애인이 된 레이첼(엘리자베스 뱅크스)이다. 안나는 알렉스와 함께 아빠 스티브(데이비드 스트라탄)의 선택을 되돌리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확고하다. 어느 날 안나 앞에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레이첼을 향해 ‘살인자’라고 소리를 지른다. 레이첼의 음모에 의해 엄마가 죽었다고 판단한 안나는 알렉스와 함께 그녀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2003년에 선을 보인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그 자체로 음산한 미장센, 거기에 강력한 반전까지를 겸비한 한국 호러 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그렇기에 <장화, 홍련>의 헐리웃 리메이크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충분히 수긍’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 헐리웃에서 관심을 가지고 가져간 다른 한국 영화에 대해선 대체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장화, 홍련>을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는 최소한 “이렇게 만들꺼면 왜 리메이크한 거냐?”는 식의 비난을 받을 작품 목록에선 제외해도 좋을 나름 공을 들인 작품이다. 기본적인 줄기는 원작과 동일하다. 자매와 계모의 관계, 그리고 죄의식에 의한 공포. 그러나 <안나와 알렉스>는 동생과 언니의 관계를 도치시켜, 동생 안나의 시선으로 영화를 끌고 가며, 과거에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 및 이유를 알 수 없이 출몰하는 유령의 존재를 새롭게 가미시켰으며, 원작의 결론을 비틀어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그런데 <안나와 알렉스>의 최고 문제는 공포 영화임에도 전혀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확실히 공포로만 보면 원작에 무게가 실린다. <안나와 알렉스>는 전반적으로 공포보다는 심리 스릴러라는 면에 분명한 무게 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무서운 장면이 완전히 거세될 수는 없는 법. 이유 없이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는 영화 전체적으로 약 두 세 차례 등장하는 깜짝 효과에 의한 공포감 조성을 위한 일종의 맥거핀에 불과하다.
반면, 영화는 원작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깔끔해지고 날씬해졌다. 원작과 달리 외부의 적인 계모를 전형적인 악녀로 규정지어 놓은 채, 남자친구의 목격담(이 부분은 영화 <더 홀>을 연상시킨다), 계모의 서랍에서 발견된 목걸이, 계모의 거짓 신분, 진정제, 과거의 연쇄 살인 사건,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존재 등 다양한 단서와 흔적들을 흩뿌려 놓았다. 분명히 원작을 통해 두 자매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가 반감되었을 가능성은 높지만, 원작을 알고 있음에도 새로 첨가된 단서들로 인해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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