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영화 장르 중에서도 척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스릴러' 장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던 감독님이 컴백하셨다. 그 주인공인 김성홍 감독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각본으로 데뷔해서 20여년동안 그의 필모그라피를 채운 영화들의 장르는 대부분 스릴러였고 오랫만에 다시 컴백해서 가지고 나온 작품도 역시나 스릴러였다. 우리나라 스릴러영화의 한획을 그은 [손톱]과 [올가미]는 여성이 가진 질투라는 부분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잘 풀어내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밀레니엄 열풍이 끝나고 2001년에 개봉한 그의 작품 [세이예스]가 개연성없는 공포감만 억지로 관객들에게 주입시킨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충무로에서 그의 흔적을 한동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9년 그가 새롭게 들고 나온 문성근 추자현 주연의 [실종]이라는 작품은 작년 국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던 보성 어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스릴러이다. 얼마 되지도 않은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을 재빠르게 작품회시켰는데 개봉 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까지 터지면서 이 영화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게 된다.
극장에서 보게 된 이 작품은 한마디로 불편한 영화였다. 한적한 변두리 농촌에서 양계를 하며 노모를 모시고 하는 판곤(문성근)은 동네 사람들한테 무시받는 조용한 성품의 주민이지만 사실 살인과 강간을 일삼는 범죄자였다. 그런 그가 사는 집으로 한 커플이 찾아오고 판곤은 기회를 노려 남자를 살해한다. 이를 목격하고 도망치는 여자(전세홍)를 잡아 지하 창고에 감금한 채 노리개로 삼는다.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 문성근의 시선을 따라 관객들은 움직이게 되고 이것은 피해자인 여성의 아픔을 느끼는데 방해요소로 작용된다. 감금된 채 판곤에게 모진 수모를 당하게 되는 여성의 언니(추자현)가 판곤의 마을로 들어와서 행방을 찾지만 속수무책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출연진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피해자 가족들의 원통하고 분노로 가득찬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진정으로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영화 속 카메라는 피해자의 입장보다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엽기적이고 잔혹한 행각를 보여주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육장에 갇혀서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피해자 여성의 나체와 고통스러운 표정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게 된다.
주연인 문성근과 추자현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이 돋보였지만, 진짜로 의도했던 메세지 전달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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