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느낌을 정리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인 영화다.
그랜토리노 시사회를 본 사람들 중에 오랜만에 기립박수를 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하고 시사회를 접했다.
또 얼마전 체인질링을 보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의 무한한 능력에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다만 너무 기대가 커서 혹 내가 좋은 영화를 내 기대감때문에 느끼지 못하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하면서...
허름한 옷을 입고 항상 주름진 눈가에 찡그린 눈으로 황야의 무법자들을 벌하고 "평정자"로 우뚝서는 클린트이스트우드... 그에겐 늘 세상은 "선과 악"으로 나누어지고, 그는 당연히 "악"이라는 상대를
응징하는 그런 세상을 살았었다.
너무나 명확한 "악"이라는 대상이 있었기에 "나 자신"이 아닌 용서를 구하지 않는 이들을 응징하는 해결사~~
"연기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본 그랜토리노는 어쩌면 그의 삶에 대한 또 다른 고찰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이 영화전반에는 액션이랄것도, 사랑이랄것도, 스릴러스러운것도, 그리고 웅장한 스케일도, 선남선녀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고집쟁이 한 영감과 그 영감이 사는 마을에 점차로 늘어가고 있는 동양인들만이 등장할 뿐...
영화에서 클린트이스트우드는 등장 인물들가운데 가장 말이 안통하고 주위와 담을 쌓은 독불장군으로 나온다. 그는 모든 것을 그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결한다.
그런 자기만의 방식...
그런 자기만의 방식이 쌓아진데는 젊은 시절에서의 후회스러웠던 조각들때문이었다. 한국전쟁에서 자신이 저지른 행동... 어떠한 변명과 이유, 보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에게만은 용서가 되지 못하는.. 대의를 위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그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는 한 인간적인 내면에서 생겨난 종기같은 것이 그의 고집불통의 원천이었으리라..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일반일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는 쉽게 "고해성사"로 회개하면서 스스로를 용서하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결국 고해성사를 하러 갔을때도 그는 자신의 가장 큰 후회스러웠던 행동에 대해서는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그렇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물론 이런 고집불통 영감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그랜토리노"이다. 젊은 시절 자신이 직접 조립했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립했던 그랜토리노...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고 가장 보람되게 느끼는 것이였으므로...
어쩌면 그는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기 인생을 걸고 지키고 싶을 정도의 그 무엇이 있었으니..
과연 나에게는 내 인생을 걸고 지키고 싶은 자랑스러운 그 무엇이 있을까~~
영화에서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가나면 무조건 총을 겨누어 쏘려하지만 하지만 실제로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는 그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그냥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그는 의미없음을 이미 알았던 것이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냥 쉽게 총으로 쏴 버리는 것,
기계들이 알아서 쉽게 만들어 버리는 자동차,
클린트이스트우으의 창고안에 가득 찬 연장 하나하나에는 역할이 있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 대부분에게는 연장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쉽게 다른 사람에게 돈주고 구하던가, 버리고 새로 사던가하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 쉽게 얻고, 쉽게 버리고, 쉽게 해결하고, 쉽게 잘못을 저지르고, 쉽게 용서한다.
서로 총을 쏘고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져야만 끝이날 것 같은 갑갑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는 결국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찾는다.
마지막 장면... 정말 마음을 뭉클하게하고...정신을 맑게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척하면서 너무나 자주 나의 잘못은 그냥 잊고 지나간것은 아닌지..
나는 너무 쉬운것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나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때, 내가 진정 소중한것을 스스로 해 낼때야말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쉽고도 어려운 명제를 던져 준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