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친구와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극장에서 영화 보다가 뛰쳐 나가고 싶었던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시사회니까, 공짜로 보는거니까 하면서 참았지 돈 주고 봤다면 죽도록 후회했을거다. 아니, 공짜로 보는데도 차비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내 기준으로 아주 간단하게 영화를 분류해보자면, 영화에는 네 분류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영화,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라 하겠다. 두 번째는 '봐서 좋았다'라고 생각되는 영화, 세 번째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영화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뚫어야 산다」같은 영화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안 보느니만 못한 영화. 카메라로 찍어서 스크린으로 내보낸다고 다 영화인가, 이런걸 두고는 영화라고 말하기도 싫다.
장르는 코믹인데 웃었다고 치자면 어이가 없어서 웃은게 거의다였다. 내용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그렇다고 대박나게 웃기길한가 조금이라도 감동적이길 한가. 배우들의 연기도 대본을 읽는 듯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본인들도 안 웃긴지 억지로 웃는 통에 보는 내가 다 괴로웠다.
내 친구는 보면서 "이거 만들다가 중간에 그만두자니 여태까지 만든게 아까워서 계속 만든게 아닐까?" 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갑갑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고 "도대체 뭐 어쩌라는거야아~!" 하며 발악했다. "너무 재밌다~ "라고 말하던 여학생 몇 명을 보았는데 그들은 아무래도 박광현 팬인 것 같다.
쇼프로그램에서 가수들 불러다가 단막극 하나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몇 년전에 비하면 한껏 물 올라 있는 한국 영화의 질을 보란듯이 떨어뜨리는 영화였다. 거기다 관객까지 우롱하는 작품이다. 장담하건데 누구한테 이거 보라고 추천했다가는 칼 맞기 딱 좋다. 돈 주고 보면 싸움난다. (도대체 나는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