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을 구해주던 친숙함에서 언젠가부터 영웅이 아닌 반 영웅이 되어버린 그들. 그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감과 등을 돌린 인간을 구원해 주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
예전의 히어로는 우리들이 우러러 볼 외모에 갖고 싶은 능력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영웅은 신이 내린 축복의 능력이나 외계에서 온 막강한 힘의 종족이 아닌 아이언맨처럼 돈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고, 핸콕처럼 술 주정 뱅이이거나 과도한 폭력으로 등을 돌려버린 존재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번 '와치맨'도 이런 시대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고 그 강도는 조금 더 심해진 듯 합니다. 대통령을 암살하고 같은 히어로를 강간하려 했던 '코미디언', 불륜으로 탄생한 '실크 스팩터', 인간을 왜 구원해 주어야 하는 지에 대해 갈등하는 '닥터 맨하튼' 등등 ...
이들은 인류를 구원하려는 목적의식 보다는 철저히 자신들에 존재감과 동료 의식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영웅에게는 찾아 볼 수 없던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응징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을 휘두르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고민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전 냉전 시대와 달리 절대적 강자도 없고 정치적 이념보다는 자원이나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에 맞게 바뀐 영웅을 바라보는 시각속에 누가 진정으로 인간을 구원해 주는지, 누가 인류를 파괴하는지에 대한 모호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예고편만을 보고 원작을 보지 못한 저 같은 관객은 사전 지식없이 보게된 영화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보면 좀 더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이 만화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겠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원작만화가 1987년에 만들어진 꽤 오래전 작품이고 이 만화를 엘런 무어가 동명 소설로 출간해 이를 시나리오로 만들기 위해 많은 작가들이 고생했다는 점, 거기에 괴팍한 원작자 때문에 영화화 하려던 테리 길리엄, 대런 애로노프스키, 폴 그린그래스와 같은 감독들마저 포기할 수 없었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이 원작에 충실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보시면 얼마나 작품으로 만들기가 어려웠을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 와중에 방대한 내용을 영화화하기엔 많은 상영 시간이 필요했겠지요. 여기에 원작에 충실하기만한 영화보다는 원작에 근거한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조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아쉬음은 있구요. 그리고 원작이 만화이지만 영화는 정말 잔인합니다. 지독히도 폭력적입니다. 예고편에서는 볼 수 없었고, 기존 영웅을 다룬 영화에선 찾기 힘든 충격적 장면들이 화면에 가득합니다. 피부를 뚫고 나오는 뼈, 잘려나가는 신체들, 뜨거운 기름을 얼굴에 부어버리는 등... 열거하기도 싫은 잔인함이 정말 필요했는지, 원작에 있는 장면이라도 이런 부분은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는 없었는지 조금 아쉽긴 합니다.
'와치맨'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그 이유가 '닥터 맨하튼'이 계속 나체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런 극한의 폭력성 때문도 있어 보입니다. 이쯤되면 인류를 악에서 구원할 영웅들인지, 누가 정의에 편인지... 혼란스러워지죠.
또 이번 캐릭터의 설정도 많이 달라져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선과 악의 모든 성향을 가져 지나치게 폭력적 성격과 악한 잘못을 행하는 '코미디언' 나이트 아울과 실크 스팩터의 인간적인 육체적 사랑 히어로였으나 금융 산업에 진출하여 성공한 기업가 영웅 '오지맨디아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마스크가 변화하는 '로어 셰크' 그리고 사고로 얻었다지만 좀 지나친 설정의 신의 능력을 가진 '닥터 맨하튼' 이들의 독특함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인트로 부분에 미국이 베트남 전에서 승리하고 닉슨이 3선에 성공한다는 설정과 앤디 워홀, 최후의 만찬, 케네디 암살등에 대한 패러디 부분의 참신한 발상과
다소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귀에 익은 팝송이 주는 편안함.
동, 서간에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핵전쟁의 일촉측발 상황에서 진정한 인류를 위해 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영웅의 선택도 이전의 영웅 영화와는 분명 차별화된 점입니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작품성을 요구하는 입맛에는 딱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전 본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상 언어를 즐겨 읽습니다. 슬로우 모션과 클로우즈 업되는 장면들은 그만에 영상미학이고 전 그의 팬입니다.
현재 미국 박스 오피스와 우리 나라 관객에게 논란에 중심에 선 '와치맨'이 코미디언을 상징하는 '스마일 마크'처럼 계속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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