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은 안 그래도 슈퍼독... ★★☆
미국에선 2007년 8월 개봉 첫 주, 1,200만 달러 수입을 기록하며 흥행 3위라는 나름 선전을 펼친 <슈퍼독>은 한국에선 극장 개봉하지 못한 채 DVD 시장으로 직행했다. 한국 DVD 발매명은 <슈퍼독>이지만 원제 <Underdog>은 슈퍼독과는 정반대의 패배자, 낙오자(싸움에 진 개)를 의미하며, 영화에선 아이들 사이에 따돌림을 당하는 잭(알렉스 뉴버거)의 별명이기도 하다.
월트디즈니가 만든 영화에 <휴먼 네이처> <나니아 연대기> <페넬로피> 등으로 알려진 난쟁이 배우 피터 딩클레이지가 미친 과학자로 출연한다고 하면 대충의 분위기 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이 영화는 전형적인 디즈니표 영화다. 디즈니 영화에서 정말 치밀하고 똑똑한 악당 나오는 거 본 적 있는가? 너무 허술하고 게다가 악랄하지도 않은 악당의 존재는 어른이 보기엔 좀 유치할지 몰라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 영화로선 제격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슈퍼맨>을 연상시키는 얼개로 짜여 있다. 복장도 비슷하고, 옷 갈아입는 과정도 비슷하다. 아름다운 암컷(!)과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도 그러하다. 사실, 이런 가족영화에서 대단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본다는 것 자체가 좀 우습다.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에도, 최근 어둡고 진지한 영화들을 주로 보다보니, 기분 전환도 필요할 겸 그냥 설렁설렁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다가 선택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개가 주인공이라니 나로선 금상첨화다. 그러니 이 영화를 두고 줄거리가 허술하다, CG가 엉성하다는 둥 하며 흥분하는 건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을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딴 짓(?)하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른다면 그게 바로 <슈퍼독>이다.
참고로 영화의 주인공(?)인 슈퍼독 슈사인의 견종이 비글이라는 점은 애견인 입장에서 보면 좀 우습다. 각종 실험용 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글은 애견인 사이에선 소위 지랄 3대 견의 하나로 꼽힌다. 지랄 3대 견이라 함은 1위 비글, 2위 코커스패니얼, 3위 슈나우저로서, 공인된 건 아니고 애견인 사이에 장난처럼 떠도는 얘기다. 그럼에도 다들 인정하는 건 2위와 3위를 합쳐도 1위 비글의 포스엔 발뒤꿈치도 못 따라 온다는 것이다.(예전에 아는 누나가 해외 여행한다고 맡아달라고 해서 그 누나가 키우던 코커스패니얼을 일주일 동안 데리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 -,-;; 그런데 비글이 더 심하다고??? 오 마이 갓!!!!) 심지어 수의사들조차 비글을 키운다고 하면 ‘살인은 면하겠다’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라고 한다. 몇 년 전 박세리 선수가 어느 대회에선가 우승한 뒤 비글을 안고 나와 인터뷰를 했고, 그로 인해 한국에선 느닷없이 비글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와 유기견 보호소엔 비글이 넘쳐 났더랬다. 귀여운 외모만 믿고 선뜻 입양했다가 그 상상을 뛰어 넘는 지랄을 견디지 못하고 버린 것이다. 비글이나 코커스패니얼은 사냥개 출신으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한다. 따라서 매일 그들의 활동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집안이 풍지 박살날 것임을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니깐 영화 초중반에 슈퍼독이 된 슈사인이 망쳐 놓은 집안 풍경은, 사실 슈퍼독이 아닌 일반 비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글은 원래 슈퍼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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