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문제는 시스템인가??? ★★★
은행이 왜 미사일 유도장치를 구매하는가? 이건 당연하게도 미사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사일을 산 이유는? 국가 간의 또는 정부와 반군 간의 분쟁을 조장하기 위해서다. 무기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 분쟁을 조장한다는 답변은 너무도 순진하다. 은행이 무기를 팔아 분쟁을 조장하는 이유는 빚을 만들고, 이를 장악하기 위해서다. 빚을 장악하면 은행은 그 국가와 국민의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니깐 고작 수백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개인의 모든 사적, 공적 생활을 은행이 통제하듯이.
그러나 개인 대출과 달리, 은행이 무기를 구매해 분쟁 당사자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불법 행위다. 거대 금융기업인 IBBC의 한 간부로부터 제보를 받은 인터폴 요원 루이 셀린저(클라이브 오웬)와 뉴욕 검사 엘레노어 휘트먼(나오미 왓츠)은 IBBC의 불법 무기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하기 위해 수사에 나서지만, 제보를 전해들은 인터폴 동료는 거리에서 살해되고, 제보한 간부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게다가 상부로부터는 수사 중단이라는 압력이 내려온다. 사면초가 상황에 접한 셀린저와 휘트먼은 무기 거래를 막음으로서 IBBC를 파산으로 몰려하지만, 주요한 국가의 정치권ㆍ정보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IBBC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영화의 주제 자체가 거부하기 힘든 선하거나 정의로운 명제를 다루는 경우, 왠지 모르게 마음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깐 좀 재미가 없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줘야 될 것 같은 느낌. 물론 실화에 바탕을 뒀다고는 해도 <인터내셔널>에서 다루고 있는 금융그룹의 세계 분쟁 조장은 우리와는 먼 나라 얘기 같아서 그다지 실감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액션 또는 스릴러 장르로 포장된 <인터내셔널>같은 영화는 한편으로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룸으로서 주제의식이 묻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오락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차원에서 보면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내세널>의 문제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에, 스릴러적 요소의 가미, 거기에 액션까지 있음에도 그다지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터내셔널>은 마치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을 연상시키듯 베를린, 리옹, 밀라노, 룩셈부르크, 뉴욕, 이스탄불 등 미국과 유럽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숨 가쁜 추격전을 벌인다. 그러나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은 별로 보이지 않으며, 그저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뿐이다. 누군가 이 영화에 대해 ‘액션이 빠진 본 얼티메이텀’이라고 했든데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다. 생각해보라. <본 얼티메이텀>에서 액션이 빠졌다니, 이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액션 장면 하나만큼은 충분히 흥미롭긴 하다.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흐릿해진 가운데 거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총격전 그리고 벌집이 되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액션은 신기하다거나 특이하지는 않지만 아련할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일반적인 의미의 액션 영화는 아니다. 개인적인 복수와 사회적인 복수라는 양자의 끝을 부여잡고 이리저리 얽히는 <인터내셔널>은 <본 얼티메이텀>의 탕헤르 추격신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장면에서 악당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복수했다’는, ‘사회적 악을 제거했다’는 통쾌한 감정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건 그저 전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한 명의 부품이 제거됐음을 의미한다. 그 부품은 곧 다른 부품으로 교체됐으며, 전체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없이,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일구어낸다. 결국 문제는 시스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