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어제 보러간 이 영화의 감독과 두 배우의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되게 재미나셨고, 박용우씨는 정말 얼굴이 작은 배우였으며,
엄태웅씨는 되게 호탕하고 남자다운 느낌의 배우였습니다.
생각치 못했던 무대인사를 받고 호감을 받으며 보기 시작한 '핸드폰'.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버리고 동시에 모든 개인정보의 노출약점이 되어버린 '핸드폰'.
영화는 그러한 이 마이너스&플러스적인 기능을 가진 매력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아주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핸드폰'이라는 기계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이에 따라 그 성격도 달라진다고.
엄태웅은 신인여배우를 잘 나가게끔 만들어주는 악랄한 연예기획사 대표.
정말 악랄하다는 걸 영화 끝까지 보면 알 수 있으실겁니다.
박용우는 소시민의 온갖 찌질한 일상을 다 끌어안고 살아가는 루저의 느낌.
이러한 두 배우의 극명한 대립을 통해 영화는 최대한의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명민함을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딱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대치대며 서로 상황의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까지를
보여주는데 일정량의 성공을 거둡니다. 관객은 '핸드폰'을 두고 많은 공감을 하며, 재미를 느끼지만
그 이후부터 종반까지의 많은 사족은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을 합니다.
'극락도 살인사건'을 맡으신 김한민 감독님의 연출과 구성은,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아놓고 촘촘하게 보여주려다 오히려 '연출력의 과잉'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예기획사에서 키우는 여배우의 성관계비디오 유출, 핸드폰의 잃어버림, 그리고 본인의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를 촘촘하게 풀어놓고 그 문제가 최고점에서 동시에 폭발하도록 하여,
많은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구성을 하셨는데, 복선이나 여러가지 상황을 보면 일부러 그렇게 해놓으셨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노력도 엿보이구요.
그러나, 영화는 중반이후 핸드폰을 되찾게되면서부터 싸이코패스 살인마적인 캐릭터로 모두가 돌변하며,
심지어 너무 긴 종반의 사족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물론, 현대인들의 다반사적으로
끌어안고 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상황의 복잡해짐이라는 걸 영화는 촘촘하게 쌓아놓고 있습니다만..
'극락도'도 그랬지만, 영화의 80년대풍 영상 및 음악등은 김 감독님의 취향이신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며,
영화 종반은 눈 뜨고 보기 힘들만큼 심하게 잔인하기도 했습니다. 과잉 연출? 욕심이 조금 과하신 듯 했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두 배우의 정말 찌질하고 악랄한 두 이미지의 대비를 이루어낸 연기들이며,
'핸드폰'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이 영화를 두고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기분좋게 남녀노소 즐거웠다는 생각을 하긴 힘든 영화라는 점.
영화는 분명 긴장감 있고, 스릴 넘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오는 그 순간 왠지 모를 찝찝함과
기분 나쁨은 영화 자체에 대한 느낌인지, 아니면 '핸드폰'과 '현대인의 스트레스적인 삶'을 통한
슬픈 공감때문인지 그 감도는 영화를 보신 분들마다 다르실 꺼라 생각됩니다..
먼 거리를 두고 매일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며 사는 현대인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부인하고는 중요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함을 보여주며 최악의 비극으로 끝난 영화 '핸드폰'...
가까운 이들과 대화하며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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