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초씩 살아 나갈 때마다 사실은 죽음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가 쓴 수필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든 하루를 살면 살수록 우리는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
어떤 이는 100수를 누리고 어떤 이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차이는 있지만
사실 우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됐던 현실을 아쉬워 하곤 한다.
돈 많은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예쁜 외모를 갖고 태어났다면.... 등등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삶은 이같은 우리의 관념에 통렬한 일침을 가한다.
그것들은 단지 살아 있는 동안만 유효할 뿐이라는 것을....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육체와 어린이의 영혼을 갖고 태어나 사회복지 시설 안에서 자라지만
죽음에 한층 더 가까워진 사람들 속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사회를 배워 나간다.
벤자민이 더욱 젊어지는 육체를 갖고 아기가 됐지만 늙어가는 보통의 노인들처럼 영혼은 병들었으며
결국 생을 마감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죽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것도 여느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
결국, 삶의 출발과 종착은 매한가지다.... 살아 가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얼마나 나 자신과 친구들을 사랑할 것인가만이 중요한 과제다.
러시아에서 만난 유부녀가 그 자신이 실패했던 도버해협 횡단을 성공하는 에피소드를
감독이 살짝 넣은 것은 이같은 관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다를 것처럼 느껴지는 역설적인 삶이 사실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설정은
감독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2시간 40분이 약간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언젠가 죽음을 코 앞에 두었을 때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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