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서 홍콩 느와르 전성기의 강렬한 페이소스를 느낀 건 저뿐인가요?
사실 기존의 오우삼 감독의 영화스타일을 아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
고민들 많이 하셨을 겁니다. 주로 한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영화 네러티브를 전개를 하는 감독이
삼국지처럼 개인의성격이 어느정도 고정화되어있고, 또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그 유명한 적벽대전을 과연
어떻게 완성도있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말이죠,,,
물론 적벽대전1은 어느 정도 실망이었습니다. 기존의 알고 있던 캐릭터들 이미지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꺼니 지금은 눈요기만 해라! 하는 식의 느낌은 영화 끝나고 엉엉 울면서 나왔을 정도
니까요.ㅋ
그래서 이번에 2를 보기전에도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삼국지를 너무나 좋아하는 한국인으로써
적벽대전 이라는 그 대전이 영화로 표현된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봐야 될 의무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그리고 끝나기까지.. 정말 오우삼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전혀 놓치지 않으면서 이
와 같은 규모가 큰 대작을 만들어냈다는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이안과 오우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이안은 영화가 끝날 떄쯤 영화 전반의성찰을 주지만 오
우삼은 영화가 끝날 때쯤 캐릭터를 줍니다. 전혀 잊혀질 수 없는 정도의 강렬한 느낌을 지닌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것이 오우삼이죠..영웅본색의 주윤발이 그랬고, 첩혈쌍웅(가두인가요;ㅋ)의 두영웅 이수현 주윤발을 생각해보시
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하지만 개인의 영웅화(일종의대리만족)에는 능수능란하지마 그건 어디까지나 그 개인에
게 포인트를 맞추고 영화를 전개했을 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성과라면,
삼국지는 (아무리 이영화에서최소한등장시켜도) 조조, 손권, 주유, 제갈량, 유비등의 인물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한정 된 시간안에서 깔끔히 그 갈등을 마무리시켜야합니다.
그래서 오우삼감독은 이번영화에서 과감히 생략하는 생략의 미를 보여줍니다.
대표적인게, 주유와 제갈량의 갈등이죠..
사실 적벽대전의 매력은 전쟁 그자체보다 내부적으로 치밀한 머리다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번영화에서는
그러한 부분은 사실상 거의 배제를 시켰습니다. 좋게보자면, 영화의 볼거리를 강조한것이고, 나쁘게보자면 오우삼
감독 연출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는것이죠..
하지만 우공이산 이듯이, 저는 전자의 입장처럼 책에서 강조되는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한
오우삼감독이 잘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과감한 각색을 통하여,,
오히려 조조와 그이외의 장수들과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설득력있게 잘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홍콩시절의) 지나칠 정도로(?)많은 것 같은 과감한 클로즈업은 어느 정도 대규모 씬(헐리우드의 대형전투
씬)에 익숙한 저의 눈에 이제는 약간 거슬리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아직까지 그렇게 자신의 스타
일을 고집하면서 어쩌면 지금까지 표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자신을 살리면서스타일리시하게 창조해 낸 것
이 이것이 진정 오우삼감독의 능력이 아닐지 생각이 드네요^^
정말 동양인 특유의 감정이 잘 살아난 재미있는 전쟁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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