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는 처음부터 끝까지 "귀엽다, 귀엽다"를 연발할 수 밖에 없는 깜찍한 작품이다. 바닷가 근처 언덕 집에 사는 꼬마아이 소스케는 우연히 아기 물고기 포뇨를 발견하게 되고, 물통에 담아오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몸은 물고기인데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꼬마물고기 '포뇨'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전 '인어공주'를 떠오르게 하면서, 왠지 비슷한 이야기 전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한다.
'벼랑위의 포뇨'는 현실성 제로에다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였다. 영화를 볼 때 논리와 사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혀를 내두르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각 영화의 메시지와 감성, 의미를 짚어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은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요소도,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감동도 담고 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서도 느꼈듯, 바로 이러한 점이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줄곧 보여지는 소스케와 포뇨의 모습이 진짜 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 포뇨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했을 때 몸을 던져 바다로 들어가는 소스케의 행동에 무언가 모를 감동을 느꼈고, 험한 바다를 건너와 소스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달려오는 포뇨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마음을 찡하게 했으며, 포뇨의 어머니가 소스케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네, 난 물고기 포뇨도, 사람 포뇨 둘 다 좋아해요." 라는 고백에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몇 살 되지도 않은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 상대를 향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 순수한 어린아이가 세상에 찌든 어른보다도 더 이상적인 사랑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한 메시지로 와 닿았던 것 같다. 그 가치관이라는 건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난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은 게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던가.
소스케의 어머니가 가진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다. 남편이 바다에서 배를 타는 날이 많기 때문에 어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강인한 여장부의 모습으로 소스케를 지켜나간다. 집에 들어오기로 했던 날 갑자기 변수가 생겨 집으로 오지 못해 모르스 부호로 통신하는 장면에서도 왠지 마음이 찡해졌는데, 이는 곧 바다에서 살다 육지로 올라온 포뇨와 땅에서만 살았던 소스케 둘 사이를 연결하는 통신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것 같았다. 폭풍 중에서도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소스케, 위험을 감행하며 소스케를 찾아 달려가는 포뇨. 세 캐릭터가 서로 조화되어 정말 사랑스러운 '벼랑 위의 포뇨'. 간만에 순수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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