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작품명 : 버터플라이
영문제목 : The Butterfly
원제 : La Papillon
감독 : 필립 뮬
주연 : 클레어 부아닉, 미셸 세로
제작사 : 카날플러스
이 영화를 연출한 필립 뮬은 1985년 베를린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바다 속 나무>로 데뷔한 이래 줄곧 인간과 자연, 또 동물과의 교감을 즐겨 그려내고 있는 감독이다.
그래픽 아트를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버터플라이> 및 그의 다른 작품들 전체에 아름다운 색상이 가득 펼쳐진다. 이 작품은 2002년 프랑스에서 2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05년에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JIFF 최고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서 중후한 멋을 지닌 노인 줄리앙 역으로 출연하는 미셸 세로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연기자이고 국내에는 99년 개봉된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암살자들>의 주인공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졌다. 특이한 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이 영화와 함께 개봉예정인 <비발디>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배우의 연기에 매력을 느낀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대목. 2007년 타계하여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2002년에 제작되었던 이 영화는 해외에서 평단의 호평속에 다수의 수상경력을 만들어 낸 것과는 다르게 2004년 국내 개봉이 예정되었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주연 배우인 미셸 세로가 죽고 난 2009년에서야 비로소 국내 관객에게 소개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 이전에 그나마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마저도 드는 것은 왜일까?
줄거리
환상의 나비 ‘이자벨’을 수집하기 위해 여행에 나선 ‘쥴리앙’. 그런 그의 자동차에 몰래 숨어든 윗집의 맹랑한 주근깨 꼬마 ‘엘자’. 여행 첫날 저녁, 쥴리앙에게 발각된 엘자가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이며 예쁜 나비를 꼭 보고 싶다며 떼를 쓰자 결국 쥴리앙은 엘자와 함께 나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동행이 시작되자 엘자는 줄리앙의 이름이 촌스럽느니, 애 안 키워본 티가 난다는 둥 귀여운 구박(?)을 하는 만만찮은 말동무가 된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진풍경, 호기심 소녀 엘자는 “꿈이랑 악몽이랑 어떻게 달라?”, “부자는 어떻게 돼?” 등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팔랑거리는 나비와 귀여운 꽃사슴 모녀, 밤하늘의 별똥별 그리고 줄리앙의 흥미진진한 그림자 마임으로 여행은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진다. 한편 엘자 엄마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자 줄리앙은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리게 되는데…. 과연 두 사람의 7박 8일 여행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 네이버 영화해설 발췌
이 영화의 포인트는 나이 든 노인과 나이 어린 소녀와의 교감에 있지 않은가 싶다. 두 사람간의 대화는 마치 거울에 반사되는 듯 상반되지만 동일한 존재감으로 드러난다. 나이 먹도록 가족하나 없이 혼자 외로이 한 가지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인생과 엄마의 무관심속에 외로이 자기의 행복한 삶을 찾고자 하는 꼬마 아이의 모습은 다르지만 동일한 삶의 한 형태를 묘사해준다.
"애 안키워 본 티가 팍팍나!', "부자는 어떻게 되는 거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꼬마의 질문 공세에 짜증을 내다가 어느듯 동화되어 가는 모습..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순수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였을까? 이내 친숙해져 할아버지와 손녀같은 모습으로 관계가 깊어져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시로 되돌아온 그들은 거의 잊고 있었던 자신들 속에 감춰진 사랑을 깨닫게 되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첫 부분에서의 경직됨에서 벗어나 한층 온유해진 모습으로 그들의 작은 여행이 남기고 간 것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내내 따사로운 봄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겨울에 코트를 입고 앉아서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를 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작부터 엔딩 크레딧 장면까지 한 장면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은 가슴 속에 소용돌이치는 느낌과는 다른 몸과 마음마저도 따뜻하게 만드는 어떤 요소가 있었다. 이제 막 번데기의 껍질을 벗고 화려한 날개를 펼쳐보이는 아름다운 나비들을 보여주는 장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경관과 신선한 대화들, 강한 클라이막스 없이 줄곧 잔잔하게 이어지는 분위기는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 나오는 주제곡 "Le Papillon" 을 듣는 순간까지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 겨울 시즌 가족과 함께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영화 "버터플라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스러운 감정을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내어주는 이 작품에 두 손을 들어 찬사를 보낸다.
암탉은 왜 알을 품는 거야? / 알이 닭이 되게 하려고 그러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뽀뽀해? / 비둘기들이 ‘구구’하게 하려고 그러지. 예쁜 꽃은 왜 시들어? / 그것도 그들의 매력인 거야. 왜 악마와 하느님이 있는 거야? /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돼주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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