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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이렇게 늙고, 이렇게 가고 싶다... 로큰롤 인생
ldk209 2008-12-03 오후 9:56:50 924   [3]
진정으로 이렇게 늙고, 이렇게 가고 싶다...★★★★

 

목적이 무엇이든 노인을 멤버로 하는 모임의 이름에 ‘영앳하트’ (이걸 young@heart로 쓰든 young at heart로 쓰든)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너무 전형적인 이름일지는 모르겠지만, 비틀즈나 밥 딜런이라면 모를까 The Clash라든가 Coldplay의 최신곡, 심지어 Sonic Youth의 곡까지 나름의 방식으로 불러 제끼는, 평균나이 80이 넘은 노인들이 모인 코러스 그룹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의 이름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로큰롤 인생>은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활동하는 노인 코러스 그룹 ‘영앳하트’가 특별공연인 ‘Well And Live’를 준비하는 6주간의 연습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젊은(?) 밥 실먼의 지휘 아래 할아버지, 할머니 멤버들이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각자 가정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적절한 유머와 감동에 함께 실어 보낸다. 특히 중간 중간 등장하는 뮤직 비디오는 자칫 지루할 지도 모를 다큐멘터리 영화에 마치 오아시스와 같은 쉼터를 제공해 준다.

 

처음에 이 영화의 정보를 접했을 때, 기껏해야(?) 60정도 되는 노인들의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 정도 나이여야 그나마 그런 정도의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대단히 오만한 판단이었던 셈이다. ‘영앳하트’ 멤버의 나이는 90이 넘은 할머니를 필두로 평균 나이만 해도 80이 넘어간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만큼 병마에 시달리는 분들을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관객은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 도중 두 분이 돌아가시는 모습과 영화가 끝난 뒤 또 한 분의 사망 소식을 자막으로 보아야 한다.

 

이 영화가 품위를 지킨다는 생각을 한 건 첫 번째로 돌아가신 분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였다. 감옥에 공연을 하러 가기 위해 버스에 탄 멤버들에게 코러스 직원이 사망소식을 알리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담담히 버스 외곽만을 비추며 멤버들의 안타까워하는 소리만을 전달할 뿐이다. 촬영자로서 노인들의 슬퍼하는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쉽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음에도 무례를 범하지 않는 것, 난 그것이 이 영화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영화는 무엇보다 유머가 넘치고 재밌다. 나이가 들으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든가. 노래가 제대로 안 되거나 연습을 제대로 안 해왔을 때, 단장인 밥의 힐난은 쏟아지고, 카메라는 이 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표정을 살핀다. 어린아이처럼 뚱하고 삐친 표정은 그 자체로 포복절도할 웃음을 안겨주며, 온화한 표정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늘어놓는 농담은 마치 어릴 때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던 옛날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한다.

 

누군가는 ‘영앳하트’의 활동을 두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타오르는 촛불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왠지 그런 식으로 표현되는 것이 호들갑 같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건 80년 내지는 90년을 살아 온 그들 인생사의 그저 일부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사망한 멤버의 소식을 접하고서도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로선 예측하기조차 불가능한 어떤 경지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물론, ‘영앳하트’를 그저 돈이 좀 있는 미국 중산층 노인네들의 시간 때우기로 폄하할 수도 있다. 또는 매일 전철에서 사람들이 읽고 버린 신문을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네 노인들의 모습과 비교하며 괴리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문제는 돈이 넘쳐흐르건 부족하건 나이가 들어서 품위를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고, 또 품위를 유지하며 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보고 느낀 바를 말하라고 한다면,

“진정으로 그렇게 늙고 싶고,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Coldplay <Fix You> 가사 중  (동료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무대에 오른 프레드가 부른 노래)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할 때,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그게 진정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 때, 너무나 피곤한데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모든 것이 뒤엉켜버리죠.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릴 때, 되찾을 수 없는 것을 잃어버렸을 때,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을 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요....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어주고 당신의 몸에 불을 지펴줄 거에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어루만져줄게요.”

 


(총 0명 참여)
ekduds92
잘읽었어여   
2009-07-19 20:25
kimshbb
멋지죠   
2009-05-16 20:04
RobertG
제일 위 오른쪽 사진.. 감자 같은 느낌이..   
2008-12-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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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인생(2007, Young@Heart / Young at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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