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뭐라 말하면 좋을까. 귀여운 것 같은데 갑자기 호러가 되고 웃긴 것 같은데 또 슬프고.
학교 다닐 때 보면은 꼭 반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있었다. 일명 왕따인데, 때때로 자의에 의해서 스스로 고립되는 아이가 있고, 타의에 의해 또래들로부터 버려지는 아이가 있다. 이 영화는 후자쪽의 여자가 어릴 적부터 왕따 당하며 살던 삶에 대해 토로하고 뿜어내고 때로는 제멋대로 각색하며 결국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어른성장기다.
자칫하면 우울한 톤의 영화가 되었을 텐데, 웬걸, 이 영화는 발랄하고 망측하다. 어른이 되어 선생님이 된 여자는 안면홍조증이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벌게진다. 여자는 동료교사인 어떤 남교사를 좋아하는데 그 교사가 다른 여교사와 바람이 난 걸 알아채고 남교사의 딸과 작당하여 다른 여교사를 몰아내려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이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웃기고 슬플수가 없다. 아주 드러내놓고 신파조인데 그게 그렇게 웃기고, 대사빨 말빨이 코믹한데 그게 또 그렇게 슬프다.
결국 미쓰 홍당무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있으나마나한 존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희미한 나 자신? 내일 지구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타인들? 미쓰 홍당무가 벌이는 온갖 헤프닝을 보면서 저렇게라도 살아야지, 암, 그래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가 부럽기까지 했으니, 그녀는 얼마나 제멋대로고 용감했던지!
궂이 나누자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확실한 강한 캐릭터영화다. 거기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재치 있고 코믹한 대사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주인공은 처절한데, 관객들은 웃고 있으니, 이만하면 좋은 영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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