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뛰어넘는 재능... 복잡한 소회...★★★☆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게 영화의 주요한 설정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남자가 피아노를 배운다는 건 어지간해서 보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드러내고 싶은 취미도 아니었다. 슈헤이가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말함으로서 급우들로부터 놀림감이 된 것처럼 피아노를 배운다는 건 마치 남자애가 고무줄놀이나 인형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집에 피아노가 있었고 누나가 가르쳐 준다고 했음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어릴 때 피아노 배우지를 않은 게 상당히 후회스런 결정으로 남게 되었다.
어쨌거나 <피아노의 숲>은 동명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고 원작만화가 도쿄로 돌아간 슈헤이와 카이의 경쟁이 펼쳐지는 이후의 얘기를 계속 다루고 있다면, 애니메이션은 경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첫 콩쿠르까지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린 아이들의 동심을 반영하듯 밝고 고우며, 은은한 맛을 풍긴다. 다만, 이야기의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좀 심심하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 하면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밝고 고운 느낌의 화면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특히 은은한 빛이 내려오는 숲에서 카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한 장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카이가 아지노 선생으로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에서 연주하는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의 뛰어난 곡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영화 감상이 주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포인트는 슈헤이와 카이, 두 소년의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슈헤이는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기본적인 재능이 있으며, 심지어 착하고 성실하며 노력파다. 창의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이런 정도만 타고나도 일반인으로서는 경외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카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다. 누군가는 ‘노력을 뛰어넘는 재능은 없다’고 말하지만, 카이나 모차르트는 분명 노력을 뛰어 넘는 재능의 소유자라 할 것이다.
외견상 첫 콩쿠르에서 슈헤이는 카이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지만, 실제로는 카이의 승리임을 슈헤이 자신도 안다. 아직은 첫 대결이라 서로 웃으며 우정을 나누지만, 계속된 경쟁이 이런 우정을 지속시켜 줄지는 미지수다. 마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라고나 할까. 보통 사람들에게는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의 출현은 그저 놀라움과 경외의 대상, 또는 좋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겠지만, 살리에리에게 모차르트는 또는 슈헤이에게 카이는 좌절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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