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보기에 혼기가 지난 우리나라의 싱글에게 가장 괴로운 날 은? 바로 명절이죠. 일가친척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누구네 집 딸은 시집 정말 잘 갔더라~ 누구 는 손주 봤다더라~를 지나 마침내 “넌 도대체 언제 결혼할거니?” 로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듣기 싫은 기색이라도 보였다간 결혼 안 한 게 뭘 잘 했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냐는 소리 듣고,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웃었다간 속도 없이 뭐 좋다고 웃냐는 소리 듣기 마련이니 까요. 도대체... 사람들은... 결혼을 왜 하는 거죠??
강의실 창밖에서 서서히 바뀌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준영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겠죠. 동생들과 상당수의 친구들이 결 혼했고... 그녀...도 결혼을 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그녀를 처 음 만난 건 자신의 남동생 결혼식 날이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친구 의 소개로 만난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한참 늦었었죠. 첫인상이 별 루였던 연희와 맞선 기본 코스를 밟으며 심심한 대화를 나누고 그 냥 저냥 끝나가던 시간이 달라진 건 우연찮게 3차로 간 술자리였 습니다. 술기운을 빌려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여관까 지 가게 되었었죠. 한 여자만 사랑한다고 거짓말하기 싫어서 결혼 안 한다는 준영과 결혼해도 바람피는 거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 던 연희의 만남은 때때로 지속되었습니다. 마침내... 연희는 조건이 좋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죠.
사귀던 남녀가 결혼하고 헤어졌다면 이젠 끝 아니냐구요? 아니요. 영화는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입니다. 다들 연희와 준영이 정말 서 로를 사랑하긴 한건지 의심스러워하더군요. 자신이 상처받기를 원 치 않았기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보니 다치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고 싶었던 걸까요? 많이들 저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그저 이기심이 전부인 욕망의 흔적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왜 흔히들 말하잖아요. 남녀간의 문제는 본인 빼고는 아무도 모른 다구요. 아니... 어떨 땐 본인 자신도 모를 때도 있죠. 영화 속 가 짜 신혼여행 사진첩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그들이 자신 속 의 울타리만 헐었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희망의 잔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마음을 열지 않은 서로를 괴롭히고 싶어했던 거겠죠.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잖아요.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생각 이상이다.’였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감독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원작의 화제성 이외에는 뭐하나 믿을만한 게 없었거든요. 역시나 저의 이런 의심을 확정짓나니~ 엄정화와 감우성과의 베드씬에 기댄 홍보가 시작되더군요. 이거 괜 히 그저 그런 썰렁한 애로영화나 보는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 만 자칫 선정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주제를 감독은 의외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더군요. 주연도 어쩌면 그 배우들이 맡았기에 더 받아 들이기 편한 면도 있었구요. 그러나 담담함이 지나치던 일상의 묘 사와 반대로 절제력이 부족한 베드씬이 아쉽더군요. 소재 자체도 파격적인데 베드씬까지 과도하게 그려지니까 이야기 자체로도 충분 한 능력이 있는데도 오히려 진짜 하려던 이야기가 가려지는 느낌이 습니다.
때가 되면 누구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살아온 시간 보다 더 긴 시간을 앞에 두고 고민 안 한다면 그거야 말로 바보죠.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바로 그런 고민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더군요.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 선택하라면 무엇을 택할 건가요? 비록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진 않았지만 연희와 준영은 나름대로 그 만큼의 사랑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렵니다. 연희는 조건을 포기하지 못할 만큼만 준영을 사랑했고, 준영은 연희를 잡지 못할 만큼만사랑한 거라구요. 그것도 사랑은... 사랑이겠죠? 사랑이 아니라면 너무 슬프잖아요.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요? 글쎄요. 해답을 알 방법은 단 하나 뿐인 거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