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어이없다, 삽질하네 등등등 vs. 신선하다, 캐릭터가 죽인다, 때때로 공감하는 여인들, 어쨌든간에 웃긴다 등등등... 전자가 부정, 후자가 긍정의 반응이다. 대체로 평론가들과 영화가에서도 평들이 괜찮고 이전에 없던 신선한 캐릭터와 그에 따른 웃음이다라는 평이 많은데, 왜 이렇게 관객평들은 갈리는걸까? 영화를 보고나니, 그 이유를 알수있었다.
우선, 이 '양미숙'이라는 캐릭터자체가 만약 우리 주위에 실제 있는 지인(知人)이라면 영화를 보는 관객과 다르게 영화속 그녀를 왕따시키는 인물쪽에 가까운 편에 서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일정하게 거리감이 있는거라 그녀를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 실제 우리 삶에 관계된다면 아주 피곤하고 짜증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감독님은 이러한 '비호감'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비호감에서 이끌어내는 웃음'을 지향하시기로 한 것 같다.
관객들은 보기전부터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하는 포스터의 그녈 보고, "재, 뭐야?"하는 반응으로 한명의 특이한 캐릭터로 인식할 것이고, 그것이 궁금한 사람 절반과 그녀를 공감하기 위해 보러가는 사람 절반과, 그런 캐릭터에서 오는 '그냥 웃음'을 얻기위해 보러가는 사람이 또 있을 것이다. 이렇한 '비호감의 캐릭터'를 내세우면, 으례 그렇듯 아예 거부감을 느끼는 쪽과 완전 열광,공감,웃음짱하는 호감쪽으로 극과 극으로 나뉠수밖에 없는 것이다.
줄기차게, 그리고 신선하게 삽질하면서 웃음을 날리는 '공효진의 양미숙'에 열광하고 올수밖에 없었던 저. 이전에 볼수없었던 캐릭터가, 그것도 여자캐릭터가, 저렇게 삽질하면서 여배우가 쉽게 소화하기 힘든 '왕따캐릭터'를 보여주는데, 그게 그렇게도 신선한 유머가 아닐수 없었죠. 관련기사에서 이 배우를 여배우들에게 제안했을때, 수많은 여배우들이 "캐릭터는 너무 신선하고 맘에 들지만, 자기가 아닌 딴 여배우들이 하는걸 보고싶다"라고 하면서 거절했다는데요, 그만큼 캐릭터는 살아있지만 온전한 여배우들이 맡기엔 망가지는 부담이 큰, 그렇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녀 외에도 이종혁, 방은진 등의 기존배우와 황우슬혜, 서우 등의 신인배우들의 고루 적합한 연기가 이 영화의 맛깔을 더욱 살렸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라이타'의 러시아어 대사 빼먹을수 없겠죠? ^^ 이 영화의 압권이자, 아직도 잊을수 없는 웃음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멀쩡하고 예쁜 여배우들이 그런 대사를 날리시다니,,ㅋㅋ 감독님이 러시아어과를 나오셨던데, 분명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여자이시니까 어느정도 경험담이 녹아들었을 것 같은데, 인터뷰에서 보니 절대 아니라고 하시던데, 그게 더 수상....ㅎㅎ
아무튼,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흥행하기위해 이것저것 짜르고 영화의 본분에 안맞게 짜르는것보다 확실하게 성인타겟을 노리고 확실한 성인식 유머와 공감대를 이끌어낸 이 영화가 맘에 든다. 제작비도 10억대라 홍보비를 합쳐도 전국80만명이면 손익분기점이라니, 제작사측도 부담이 덜할듯하고 한국영화제작입장에서도 이런 제작방식은 반가울듯하다. 이경미 감독님의 센스와 유머감독을 맛봤으니, 다음작품에서도 이런 센스를 살려 맛깔나게 재밌는 코미디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 부모가 일찍 돌아가서 애정결핍에 가까운 '양미숙'이란 캐릭터가 이종혁을 그렇게 쫓아다닌건 '사랑'의 감정도 있었겠지만, 사랑보다도 사람에 대한, 사람으로부터의 '순수 애(愛)'를 갈구했던 것 같다. 남녀로써보다도 사람대 사람으로써, 자기를 유일하게 신경써준 사람. 영화내내 그와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었던 '핸드폰'을 꾹~ 손에서 놓지않고 잡고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영화의 마지막 모든것이 엉망이 되고 정리가 되어야할 순간, 그녀는 그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만다. 그것은 그를 더 이상 자신만의 아집으로 잡아두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대.신. 그의 딸이자 그녀의 제자이자 친구가 된 '서종희 (서우)'를 자신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도 억지가 아닌 서로 닮은 캐릭터이자 영화속처럼 등을 맞대고 말도 안되는 유머를 하면서 같이 걸어갈수 있는 동반자... 세상이 자신을 욕할지라도 하나가 아닌 둘이면 그 세상을 훨씬 더 수월하게 헤쳐나갈수 있음을 보여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양미숙이 찾아간 피부과 원장을 향한 "나, 너 맘에 든다~"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홍당무'장면은 더 이상 '세상과 자신을 향한 불만과 창피함'의 울그락불그락이 아닌, 자신을 순수하게 내세우면서 순수한 감정으로 고백을 하고 '느껴버린 쑥스러움과 애정의 솔직한 홍당무'장면이었다. 더 이상 창피한 '미쓰 홍당무'가 아니게 된 것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미쓰 홍당무, 양미숙의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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