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
대학 때 알게 되어 10년 이상을 친구로 지낸 두 남녀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서히 사랑의 감정이 느껴질 무렵, 느닷없이 한 명이 결혼 발표를 한다. 남은 한 명은 결혼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결혼을 방해하려 한다. 그런데 아무리 파헤쳐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려는 상대자는 흠을 찾기 어렵고, 심지어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미워할 수 없는 스타일이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의 줄거리일까? <남주기 아까운 그녀>를 안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에 나열한 스토리의 영화를 줄리아 로버츠,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라고 답할 것이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남녀를 바꾸고 결론을 반대로 뒤집으면 정확하게 <남주기 아까운 그녀>가 나타난다. 똑같은 얘기를 우려먹어도 유분수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영화로 내 놓으면서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두 가지 새로운 요소로 포장하고 있다. 그건 TV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맥드리미’가 된 패트릭 뎀시와 들창코의 매력을 뽐내는 미셸 모나한이라는 배우를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은 스코틀랜드의 풍경과 풍습이다.
배우들이야 그렇다 치고,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독특한 풍습은 뻔하디 뻔한 로맨틱코미디와 나름 잘 어우러진다. 당연하게 결혼할 남자가 승리하도록 시나리오가 되어 있을 전통 경기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패트릭 뎀시의 오버라든가 신부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남자들의 키스를 받는 풍습을 이용해 10년 지기 친구의 애틋한 감정을 드러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매일같이 여자를 바꿔가며 잠자리를 가지고, 마치 일요일에 교회에 나와 회개하듯 주말에만 자신을 여성이 아닌 친구로 만나온 남자를 상대로 애틋한 감정을 유지하며 살아왔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스코틀랜드 왕족 집안의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서 말이다. 물론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해 악어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판매하는 상인에게도 ‘창피한 줄 알라’며 항의할 정도로 동물보호주의자인 한나의 결혼 상대자를 사냥 애호가로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결론이 터무니없다는 비판을 피해나가긴 힘들다.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거울에 비친 이미지이긴 한데, 왜곡되어 비친 이미지다. 역시 오리지널이 좋다.
※ <남주기 아까운 그녀>가 제일 안타까운 건 이 영화가 2008년 5월 26일 사망한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 감독이 배우로서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앞길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지만, 시드니 폴락 입장에서 보자면 전작인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지막 작품으로 남는 게 좀 더 좋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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