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을 안 본 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정도면 충분히 제몫을 했다고 본다. 특히 에이미 스마트가 분한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기 입을 찢어 죽는 장면은 고여 영화 팬이라면 환호성을 지르며 봤을 법하고, 보고 나서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댔을 법 하다. (지금 돌이켜봐도 꽤나 섬뜩하다) 그 장면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의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공포장치는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가슴 조이게 하는 데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라면 자주 반복됨으로서 후반부로 갈수록 뜨뜻미지근해 지긴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떤 잡지에 보니, 이 영화의 장점은 <거울 속으로>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최소한 <거울 속으로>보다는 잘 나올 수밖에 없다는 글이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거울 속으로>가 그렇게나 혹평을 받은 영화였나 싶다. 나는 원작을 가급적 보고나서 리메이크 작을 보는 편인데, 그 글 때문에 <거울 속으로> 관람을 포기하고 그냥 <미러>를 보았다. 그런데 주위에선 <거울 속으로>에 대해 칭송하는 목소리도 있어, <미러>를 본 지금도 원작을 안 본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아무튼 <미러>는 호러 영화로서 나름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고는 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우선은 화재가 발생한 백화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를 구성하기 위해 오래 전 정신병원의 존재와 그것을 개조한 백화점, 그리고 화재라는 요소들을 가지고 왔겠지만, 화재로 모두 불에 타서 아무 것도 없는 백화점을 2시간에 한 번씩 내부를 샅샅이 돌아다닌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그리고 거울이 ‘에세커’를 찾은 건 더 큰 악의 힘으로 세상에 진출하고자 함이었는데, 막상 나와 보니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도 아니었고, 심지어 나오자마자 박살난다. 차라리 거울 속에 그냥 있었을 때가 사람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씩 미흡함을 느낀 셈이다. 그래도 모든 게 끝난 후 백화점에서 나온 주인공이 겪는 마지막 상황은 꽤 그럴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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