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나에게 있어 채팅은 등돌리고 있는 사람의 어깨를 무심히 툭툭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얼굴을 똑바로 바라다 볼 수는 없기에 처음엔 멈칫거리지만 시간이 흘러 등돌리자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다 보면, 성당의 고백실의 신부처럼 느껴져 괜시리 과거의 서글픈 추억까지 자신도 모르게 토해놓고 그 편안함에 포근한 한숨을 길게 내뿜어 보고, 상대에 대한 턱없는 신뢰를 가슴속에 새겨보는 행위가 일종의 애정으로 느껴지는 것, 그것이 채팅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후아유에서 여자 주인공은 왕년의 수영대표선수였지만 청각장애로 인해 현재는 상처를 껴안고 수족관에서 일하고 있다. 여자에게 있어 수영은 자신이 살아가는 당연한 이유처럼 느꼈기에 갑자기 찾아온 고통은 여자를 타인에 대한 무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여자는 아바타와 채팅에 열중한다. 아니, 여자는 가상의 공간속에 갇혀 상상속에 만들어진 남자와 채팅하며 현실적인 아픈 상처를 잊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의 시선을 맞대고 끊임없이 서로의 비밀을 캐려는 타인들에 대한 공포는 마우스 하나로 상대를 져버릴 수 있는 가상공간속으로 여자를 밀어넣는 이유다.
남자는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남들이 거부하는 물속에 인어처럼 떠다니는 여자에게서 이상한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낀것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비슷해 보여서인 것도 같다. 아니면 오르지 못할 이상을 쫓듯 30층까지 오르내리는 그녀에게서 안탑까운 동정을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장난처럼 시작했던 채팅의 언어가 가슴속으로 살며시 스며들자 남자는 사랑의 열병에 빠져버린다.
감독은 현대인의 조각난 사랑을 채팅속에서 찾으려고 한 것 같다.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차가워지는 것이 진정 채팅의 열정은 아니고 간단한 언어로만 소통되고 진정한 가슴속에 진실을 외면한 것이 채팅으로 얽힌 사랑이 가벼운 연애로 치부되는 이유라고 말이다.
영화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사랑을 전하는 독특한 방식은 그동안의 영화와는 분명 차별적이고, "접속"은 심각하고 어두운 상처뿐인 색채가 강렬했지만 "후아유"는 가벼우면서도 환한 미소가 어울리는 것같아 보는 관객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더우기 남자주인공의 털털하고 편안한 연기력은 여성관객의 호기심을 부추키어 배우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넣게 하고, 연기력은 모르겠지만 분명 이 영화에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이나영의 모습은 상큼한 광고처럼 관객에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하옇든 나이에 상관없이 가볍고 흥겨운 기분으로 극장을 떠날 수 있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