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에 감금된 자유로운 영혼...★★★☆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얘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미국의 <런웨이> 편집장은 프라다를 입지만, 프랑스 <엘르> 편집장 쟝 도미니크 보비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다. 영화는 20일 후 눈을 뜬 도미니크의 시점 숏으로 시작한다. 감염의 우려가 있다며 오른쪽 눈마저 꿰매 버린 탓에 왼쪽 눈꺼풀만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신체가 된다. 기억도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지만 몸은 마비 상태인 이른바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 영화는 그가 눈꺼풀 하나만으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의 얘기를 다룬 자서전 <잠수복과 나비>를 출간한 뒤 바로 사망한 얘기를 다소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전신마비인 환자가 책을 출간하고 그 직후에 사망한다는 점만 보면 <씨 인사이드>를 떠올리게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둘의 태도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한 명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부르짖고, 또 한 명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잠수종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둘의 상반된 태도는 죽음에 대해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의 대표성을 띄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둘의 죽음은 모두 존엄을 유지한 채 이루어진다. 어쨌거나 잠수종을 입은 쟝 도미니크 보비가 상대적으로 좀 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는 그가 예술과 편집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이까지 낳은 여인과의 결혼도 자유를 속박한다는 이유로 (아마도) 기피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초반은 대단히 난감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눈알만 힘겹게 돌리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풍경은 좀 살풍경하다. 답답한 건 둘째 치고 눈을 꿰매는 장면에선 끔찍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방식 - 쟝 도미니크 보비의 시선을 따라 영화를 보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까지 들었더랬다. 다행히 초반을 넘어서서는 일반적 화면(?)으로 전환하는데, 막상 한쪽 눈만 뜬 보비를 보는 기분도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 왜냐면 보비가 보이지 않을 때 그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그의 상태는 완전히 정상인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슴을 적시는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아버지와의 통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멀쩡했던 아들이 늙은 아버지의 면도를 해주는 장면에 뒤이어 나오는 통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버지는 너무 늙어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아들이 보고 싶어도 찾아올 수가 없는 아버지는 아들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울먹인다. 그러면서 둘의 처지가 닮았음을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나는 내 아파트에 갇혔고, 너는 네 몸에 갇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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