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부하지만 사랑이란 무엇일까?... ★★★☆
<어웨이 프롬 허>는 79년생으로 고작 20대 후반에 불과한 배우 출신 감독 사라 폴리의 장편 데뷔작치고는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44년간 부부 관계를 이어온 그랜트와 피오나. 아내 피오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차츰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남편 그랜트는 그녀를 떠나지 못하고 안타까움에 그녀를 바라본다. 그랜트는 아내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어 하지만, 요양원에 입원한 후 면회가 금지된 한 달이 지난 후 아내의 남겨진 시간에 자신의 모습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고, 대신 아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오브리를 그랜트의 자리에 남겨 놓는다.
영화는 그랜트와 오브리의 아내가 대면하는 현재와 그랜트가 요양원에 들어간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거의 장면들을 오가며 진행된다. 여기에 다른 여자를 사랑했던 그랜트의 오래전 과거가 “그때 날 버리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해”라는 피오나의 가슴 아픈 문장으로 문득문득 떠오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진부하지만 ‘사랑이란 무엇일까?’란 물음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그 질문의 해답을 못 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그랜트가 병원 소파에 앉아 44년 동안 같이 지내온 아내가 다른 남자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한숨이 나오며 그 생각이 떠올랐다. 한 달의 면회금지 기간이 지나고 처음 아내를 찾은 그랜트에게 피오나는 마치 손님을 대하듯 정중한 접대를 한다. 그리고는 매일 찾아오는 그랜트에게 “당신 참 대단하군요”라며 일종의 스토커를 대하듯 말을 건넨다.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선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고 하든데, <어웨이 프롬 허>에서는 그 정도의 희망도 허하지 않는다.
내가 그랜트라면 나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아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오나는 오브리가 퇴원한 후 병세가 악화되고 그랜트는 그런 아내를 위해 오브리가 병원에 진찰이라도 와주길 기대한다. 매우 잔인하면서도 이기적인 마음가짐으로 고려해보면, 아내의 병세가 깊어진 것보다는 다른 남자가 옆에 없다는 것에서 일종의 기쁨, 희열을 느낄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아직은 어리기 때문일까 또는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한 연인이 없기 때문일까. 젊은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고 아련한 영화 <어웨이 프롬 허>는 보는 내 자신마저도 고뇌하고 사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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