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녀석이 말한다. "형, 이거 완전 '해피앤드'를 반대로 찍은거 아냐?" "응?" "'해피앤드'는 최민식을 중심으로 찍은건데 이건 완전히 전도연 입장에서 찍은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것 같다. 만일 엄정화의 남편인 그 얼굴에 점이 있는 의사 입장에서 영화를 찍었다면 어땠을까? '해피앤드'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던 최민식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써는 감우성집에 와서 그렇게 즐거워하고 있는 엄정화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그 의사가 너무 안쓰러워졌다. 물론 감우성도 잘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감우성, 엄정화 둘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는건데 영화는 항상 옳은 일만 다루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감우성은 불쌍하다. 내가 보기에 엄정화를 많이 좋아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인 것 같은데 엄정화는 돌아갈 곳이 있지만 감우성은 그럴 곳이 없다.
그래서 엄정화가 사용한 슬리퍼, 그녀의 머리카락이 묻어있는 베개를 보면 기분이 엿같아지는거겠지.
p.s 황당한 일 하나. (이런거 적어도 되나? 너무 웃겨서..)
감우성의 허리 아래로 엄정화의 머리가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_-;) 옆에서 보고 있던 어떤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말한다. (물론 그 아줌마는 남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고 하겠지만 워낙 극장안이 조용한 관계로 다 들려버렸습니다.)
"빠..빠는거야?"
주변에 있던 모든 관객들 다 손으로 입 막고 쓰러져버렸습니다. 음, 극장에서는 조용히 영화만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