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라는 타이틀 뒤에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 우리를 기다린다. -
이 영화는 '이명세', '장동건' 이라는 스타 배우와 스타 감독의 참여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잊는 것이 좋다. 그것은 이 영화와는 관련이 없다. 그들은 말 그대로 나레이션 감독과 나레이션을 녹음한 배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영화를 이끄는 것은 지구 위에서 자연의 법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이다.
영화는 북극에서 '북극곰 가족'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귀여운 그들의 모습과 행동에 관객들은 웃음을 지으며 편안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스크린에 빠져든다. 이 때 스크린은 따뜻하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지구'라는 영화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툰드라 지대에서, ‘새끼 산양과 늑대의 생존을 건 달리기 시합’부터 시작하여 ‘치타와 가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새끼 코끼리의 목숨을 놓고 벌이는 코끼리와 사자의 한밤의 싸움’까지 영화는 조금은 불편한 적자생존의 '자연의 법칙' 그 자체를 관객들에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코끼리 무리가 물을 찾아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여정에서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표출하려고 하는 주제를 드러내며 더욱 더 불편한 모습으로 말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아프리카의 메마른 땅에는 코끼리 무리가 아무리 남으로 달리고 달려도 예전처럼 마실 물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 처절한 여정 속에서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지구'라는 영화는 결국 북극에서 툰드라 지대, 타이가 지대, 적도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향하여 남극까지 닿는다. 그리고 다시 북극으로 돌아와 북극곰 가족을 보여주며 영화의 끝을 맺는다. 그 끝은 '불편한 진실', 지구 환경에 관련된 '불편한 진실'을 화면이 아닌 자막으로 담아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을 관객들에게 받아들이기를 폭력적으로 강요한다. 관객들은 그 전까지 본 영상과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 이 자막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결국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그치고 만다. 영상이 아니라 이 영화는 주제를 단 몇 줄의 '자막'으로 드러내는 우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비극이고, 영화를 보고나서 관객들이 불편해지는 이유이다.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고 찾아간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선물하는 것은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드러나는 적자생존의 '자연의 법칙'과 현재 지구가 처하고 있는 '환경적 위기'이다. 하지만 ‘지구’는 이러한 것들을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전달하는 데는 실패해버리고만 또 다른 ‘동물의 왕국’, 또 다른 '다큐멘터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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