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
머리도 좋고 사려 깊은 찰리 바틀렛(안톤 옐친)은 많은 학생들로부터 추앙 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을 품고 있다. 사립학교를 다니던 찰리는 학생들에게 허위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주면서 스타로 군림하다가 걸려,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교복을 입고 다니던 사립학교와 달리 복장부터 행동까지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공립학교. 첫날부터 찰리는 복장 때문에 학생들의 놀림을 받고, 머피에게 주먹질까지 당한다. 그러나 머리 좋은 찰리는 자신의 정신과 치료약을 이용, 머피에게 공동 사업을 제안하고 사업은 급속히 번창(?)하기 시작한다.
일종의 환각제 판매로 학생들 사이에서 스타로 떠오른 찰리는 자신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교장의 딸인 수잔과 교제를 시작하고, 총각딱지도 떼는 데 성공하지만, 자신이 판매한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킵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가장 지명도 높은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아이언맨>으로 급격히 인지도를 확대한 이 배우 때문인지, 영화는 마치 찰리 대 가드너, 학생 대 선생의 대립구도가 영화가 핵심인 것처럼 포장되고는 한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두 인물의 대립이라든가 갈등은 아니다. 찰리가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계기는 환각 약품 판매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미국 하이스쿨 영화가 마리화나나 마약을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찰리는 처방전에 근거한 약품을 판매한다. 다만, 실제 증상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찰리가 대신 상담을 받는다는 중간 과정이 개입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과연 약품 판매 때문에 찰리가 스타가 되고 아이들의 신뢰를 얻는 것일까? 아니다. 아이들이 찰리에게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찰리가 자신들의 고민, 아픔을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10대 학생들이 기성세대에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 즉 자신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저, ‘아직 어려서 그래’ ‘어린 게 뭘 안다고’ 따위의 말로서 아이들과의 소통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문제는 아이들끼리 대화해봐야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비슷한 수준에서 아무리 얘기해봐야 숲속에서 헤맬 뿐이다. 그럼에도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만족을 느끼게 되며,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가 일단 의사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50%는 치료됐다고까지 얘기한다. 친구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스타가 된 찰리에 관한 이야기는 왠지 기성세대에 대한 10대의 외침인 것처럼 느껴진다. ‘제발,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면 안 되겠니????’
|